중요한 건 이름과 제목이다. 글자를 읽자마자 느낌이 팍 와야 한다. 배순탁은 이런 측면에서 영 별로다. 일단 세련되지가 못했고, 발음이 너무 둔탁하게 울린다. 그렇다면 《김일성이 죽던 해》는 어떤가. 관심을 끌기에 과연 충분하다.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유발하는 제목인 까닭이다.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이 발표한 《김일성이 죽던 해》는 최근 내 주변에서 최고의 화제작이다.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얹고 싶어 하는 타임라인이 예사롭지 않다. 대표곡을 먼저 듣고 싶다면 타이틀 <김일성이 죽던 해>를 선택하면 된다. 뭐랄까.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해질녘 풍경을 바라보는 듯한 노래다. 천용성은 글도 잘 쓴다. 그가 직접 쓴 설명을 읽어보라. 그는 자신의 음반을 백화점식이라고 평한 후, “실상은 잡화점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그래도 만족합니다. 간판과 조명과 진열이 같다면 물건은 제각각이라도 괜찮습니다. 폐업한 점포를 잠시 빌려 현수막 아래 속옷을 파는 가게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작곡에도 기타에도 노래에도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제가 팔 수 있는 것은 저라는 매체에 묻어 있는 얼룩 같은 자의식뿐입니다”라고 썼다. 그리하여 결국 이 앨범은 듣는 이에게 다음 같은 질문을 던진다. “김일성이 죽던 1994년에 당신은 어땠나요?” 이런 종류의 노스탤지어를 나는 정말이지 애정한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른 뒤 2019년을 환기할 때 우리는 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천용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