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 다쓰로가 시티팝의 아버지라면 가도마쓰 도시키는 시티팝의 삼촌쯤 될까. 굳이 말하자면 나는 아버지보다 삼촌을 조금 더 좋아한다. 특히 가도마쓰 도시키의 1980년대는 뮤지션으로서 그의 총체적 역량을 확고히 증명해낸 10년이었다. 펑크/솔/록/발라드를 넘나들고, 브라스밴드를 대동하다가도 전자음악으로 무장하며, 어제는 도쿄의 밤을 지배하다가 오늘은 해변의 한낮을 노래하는 것이 그가 1980년대를 지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1990년대 들어 솔로 활동을 줄이고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에 집중한다. 그리고 1996년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VOCALAND》는 프로듀서 가도마쓰 도시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그는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만든 노래에 여러 신인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를 입혀 앨범을 출시했다. ‘일본의 퀸시 존스.’ 어떤 음악 팬이 이 앨범과 관련해 (장난 반으로) 가도마쓰 도시키를 가리켜 한 말이다. 《VOCALAND》에서 가장 잘 알려진 노래는 사라의 <Splendid Love>다. 단언컨대 이 노래는 가도마쓰 도시키 그 자체인 동시에 여름 그 자체다. 집에서 이 노래를 틀었는데 나는 지금 해변이 보이는 고속도로에 와 있다. 정서도 충만하고 만듦새도 훌륭하다. 문득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를 찾아봤다. 영상 밑에 사라 본인이 적은 댓글이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감이지만 지금은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