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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유선 - 퍼즐처럼 감정을 배분하는 연기
김현수 사진 백종헌 2019-07-02

제목 그대로 진범이 누구인지 끝까지 추적해야 하는 영화 <진범>은 범인의 실체와 동기를 끝까지 숨겨야 하는, 그러니까 관객과 꽤 정교한 두뇌게임을 벌여야 하는 영화다. 그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역시 배우들의 몫이다. 특히 <진범>처럼 연극적인 상황에서 심리묘사만으로 극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배우 유선이 맡은 인물 다연은 살해 용의자로 몰린 남편을 구해야 한다는 목적만 지닌 인물이다. 배우 유선의 전작을 꾸준히 봤던 관객이라면 이번에도 유사한 톤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그녀는 언제나 비슷한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진범>의 ‘진범’이 누구인지 찾는 도중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다연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는 길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배우 유선이 보여준다.

-<진범>은 영화의 제목부터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한 기획이다. 송새벽 배우가 먼저 캐스팅된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받았다고.

=난 평소에도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다. 지난해 봄이었나, 가족들과 여행을 갔다가 시나리오를 받아 스마트폰으로 보는데도 한껏 몰입해서 읽었다. 내 예측을 벗어나는 스릴러로서도 매력적이었고 연기하는 재미도 함께 누릴 수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친구의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내몰린 준성(오민석)의 아내 다연의 어떤 면에 끌리게 됐나.

=아주 절실한 여자다. 남편이 무혐의를 받게 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한 상황에라도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나는 다연의 그 절실함을 모성이라 해석했다. 엄마라면 응당 가지고 있는 절실한 마음을 지닌 사람.

-영화의 전개 구조상 시간순서가 뒤엉켜 있는 데다 매번 국면이 바뀌는 상황이 잦다보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감정선도 뒤죽박죽이었을 텐데. 순서대로 찍지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더라.

=캐릭터의 감정선을 계산하며 장면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퍼즐이 맞춰지는 장면들이겠지만 나에게는 상황마다 감정선을 배분하고 중요한 지점을 기억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다. 의상과 분장 등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 위한 계산은 말할 것도 없고.

-영훈 역의 송새벽, 준성 역의 오민석 배우와 함께 연기했다. 그런데 다연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현장에서 두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두분 모두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다. 송새벽 배우는 테이크마다 예측 범위를 벗어나 나도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배우였다. 오민석 배우는 나와 연기하는 거의 모든 장면이 격한 감정을 수반한 현실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리딩할 때부터 내게 어떤 감정을 확 전달해 주더라. 감정과 감정을 주고받는 호흡의 텐션이 좋았다.

-지난 몇년간 <퇴마: 무녀굴>(2015)의 금주나 <돈 크라이 마미>(2012)의 엄마 유림, <어린 의뢰인>의 아동 폭력 가해자 지숙까지, 선뜻 맡기 어려웠을 ‘센’ 캐릭터로 출연하는 장르영화가 많았다.

=언제부턴가 내 이름 앞에 ‘스릴러 퀸’이란 칭호가 달린 기사가 나오던데, 그걸 보면서 너무 많이 했나 싶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런 방향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진다. (웃음) 장르가 유사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표현한 캐릭터는 전부 달랐으니까 계속 연기하는 것이다. 특정 장르의 캐릭터로 자주 섭외가 들어오는 것은 맞지만 내 취향도 분명 있다.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인물들에 주로 끌리는데 <진범>의 다연도 이전의 인물들과는 전혀 다른 지점이 있다.

-반면에 드라마에서의 역할은 현재 방영 중인 KBS2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의 워킹맘 미선에서부터 tvN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지적인 요원이자 해커 나나황 등 영화 속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인물을 자주 맡는다.

=시청자와 관객에 대한 내 나름의 배려이기도 하다. 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할 테니까.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영화에서 못다 한 작업을 드라마에서 풀기도 하는, 배우로서 나를 다스리는 전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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