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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 송새벽 - 비범한 평범함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19-07-02

아내가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경찰은 가장 친한 친구가 범인이라 한다. 친구의 아내 다연(유선)은 남편의 결백을 믿어달라고 호소 중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범>의 러닝타임을 꽉 채우며 극을 끌고 나가는 영훈(송새벽)은 트라우마에 빠질 여력이 없다. 아내를 위한 복수와 친구를 향한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형사를 자처한다. 캐릭터 준비를 특히나 꼼꼼히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우 송새벽은 그런 영훈을 생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전보다 훨씬 수척하고 예민한 얼굴로 나타나 고정욱 감독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옆에서 몰래 구경하는 듯한” 시나리오 설정에 빠졌다는 송새벽은, 평범한 사람이 비극 앞에서 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진범>의 진의를 드러낸다.

-<7년의 밤>(2018), <해피 투게더><2018>, 드라마 <나의 아저씨>(2018>와 <빙의>(2019), 그리고 <진범>까지 최근 계속 쉬지 않고 작업 중이다. 거처가 제주도인데 집에도 잘 못 가는 것 아닌가.

=<빙의>를 할 땐, 스케줄 때문에 계속 서울에 있으면서 집에 못 갔다. (웃음) <진범>은 한달 조금 넘게 숙소에서 살면서 감독님과 거의 동고동락했다.

-드라마 <빙의>에 이어 <진범>에서도 사건을 추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하. 그런가? <특송>이 지난 5월 말부터 크랭크인해서 촬영 중인데 그 작품에서도 형사를 연기한다. 같은 형사지만 <빙의>와는 캐릭터의 결이 많이 다를 것이다.

-최근엔 이전보다 더 예리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이번에 <진범> 앞두고 7kg을 감량한 데다 안경을 끼고 나온다.

=옛날에 비해 살이 점점 빠지는 것 같다. 특히 스릴러 장르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사람이 좀더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사실 고정욱 감독님은 내게 살을 꼭 뺐으면 좋겠다고 딱히 말씀하진 않으셨다. 아내를 살인사건으로 잃은 인물이잖나. 수척한 모습이 필요할 것 같아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이 끝난 직후 살을 조금 뺐다.

-영훈은 아내를 살해한 인물을 찾기 위해서 사설 탐정을 자처하는 인물인데, 관객 입장에서는 영훈도 용의 선상에 올리게 된다. 여러 모습이 혼재된 상태라 연기에 있어 테크니컬한 접근도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연기를 하려고 보니까 이것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턱 하고 찾아오는 거다. 특히 <진범>은 영훈 캐릭터가 거의 등퇴장이 없다시피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사건 발생 직후를 기점으로 범인을 찾는 과정에만 타이트하게 집중하는 이야기다. 배우가 해석한 과거의 영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준비를 하면 할수록 과거의 라이프 스토리가 중요한 인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인물. 그거면 충분했다. 주변 어디에서나 볼 법한 인물이 크나큰 비극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궁금증이, 보는 분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핵심 요소라고 생각했다.

-조건은 평범하지만 영훈의 행동에는 확실히 비범한 측면도 있다. 집에서 혼자 사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 않나. 삶이 완전히 부서진 상황인데도 행동력이나 결단력이 뛰어나다.

=살해 현장을 재현하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막상 나라도 이렇게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형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스스로 수사를 시작하는데, 그런 힘든 상황에 놓이면 누구에게나 그 정도의 비범함은 나올 수 있겠다 싶더라. 뇌가 바뀐다고 해야 하나? 어떤 고비에서 갑자기 확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터닝 포인트를 맞을 수도 있다고 봤다. <진범>의 이야기에서 굉장히 좋았던 부분 중 하나다.

-<도희야>(2014) 촬영 당시 폭력적인 장면을 연기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 적 있다. <진범> 이후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했나.

=배우마다 다를 텐데 난 오래가진 않는 것 같다. 시간이 약이다. 끝나면 ‘아이고 죽겠다~!’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잠도 푹 자면 금세 좋아진다. 내가 워낙 촌놈이다 보니 도시생활보다는 지금처럼 산속에서 사는 게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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