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느 일요일 아침, 주말을 끼고 짧은 여행 겸 출장을 다녀왔다.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들어간 햄버거 푸드 트럭 야외 자리에 앉았다.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장발의 스케이터 청년들은 가게 주인과 익숙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그들의 재생목록을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했다. 노래 속 일본인 래퍼는 1990년대 웨스트코스트 전성 시대를 추억하는 것이 분명했다. 같이 간 형은 록의 시대에 펫 숍 보이스와 뉴 오더를 ‘몰래’ 듣던 이야기를 했다. 음악을 ‘찾아서’ 듣기 위한 모험담을 들으면서 나는 옆에서 흥겹게 나오는 – 전자기타 선율과 오래된 음악의 샘플링 위에 랩이 어우러진– 노래를 찾기 위해 ‘샤잠’(Shazam) 앱을 켰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n3q?’라는 이름이 떴다. 노래 제목은 <Life>였다. 미야자키현 출신의 4인조 밴드라고 했다. ‘나조서드퀘스천.’ 다시 서울에서 이 노래를 찾아 들었다. 일본어 가사가 100% 와닿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알겠고, 누구 말마따나 누자베스를 비롯한 힙합 프로듀서와 디제이들의 그림자도 언뜻 보인다. 하지만 <Life>에서 <Depre>와 <Around>로 넘어가는 재생목록에서 생각난 것은 90년대 전성기를 보낸 드래건 애시라는 밴드였다. 그들보다는 좀더 차분하고 정갈한 느낌의– 그리고 아직은 훨씬 인지도가 낮은– 젊은 밴드가 만든 2018년 음반을 서울에서 듣는다. 여행지에서처럼, 생경한 노래를 귀에 꽂은 채로 질리도록 걷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