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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가진 소년> 우리는 누군가를 먹어야만 살 수 있다
이다혜 2019-06-12

“언니, 나 잘렸어?” 공장에서 일하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희진(전희진)이 언니에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다. 회사에서 발표를 하다 쓰러진 준배(채완민)는 암이라는 사실을 아내에게도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중탕업자의 일을 돕기로 한 동구(권기하)는 중탕업자가 자신의 절박함을 이용만 하고 있음에 생각이 미친다.

2017년 제19회 부산독립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김휘근 감독의 <뿔을 가진 소년>의 주 무대가 되는 중탕업자 광웅(최광은)의 사무실은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기에는 돈이 부족하거나 병이 위중해서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가는 곳이다. 광웅 역시 다친 다리를 고치기 위해 묘약을 구하는 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뿔이 달린 인간이 있어서 그 뿔을 고아먹으면 낫지 않는 병이 없단다. ‘인간 녹용’인 것이다. 광웅의 사무실에 각종 사냥물을 가져다주는 사냥꾼(최일순)은 숲에서 10대 딸 수진(조하은)을 키우는데, 어느 날 수진이 뿔 달린 소년을 만나 어울리기 시작하고, 그를 잡기 위한 사냥이 시작된다. 쫓기는 입장인데도 뿔피리를 불어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수진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교복을 입고 있지만 학교에는 가지 않고, 아버지는 딸을 고립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뿔 달린 소년이라는 존재는 전설 속의 생명체로 여겨지는 대신 ‘몸에 좋은 음식’으로 격하되는데, 후반부에 이르면 결국 그를 둘러싼 폭력이 터져나온다. 흐름이 거칠고 요령부득인 면이 있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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