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재미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롤리타>를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말이라고 한다. 이 문장은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의 뒤표지에 인용되었는데, <롤리타>가 책 제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조차 그 작품으로부터 기인한 ‘롤리타콤플렉스’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음을 떠올리면 나보코프가 최소한 저 말에 대해서는 실천하는 작가였구나 싶다.
<창작의 블랙홀을 건너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안내서>라는 제목을 보고 당신이 어떤 내용을 기대할지 모르겠다. 이 책은 ‘불멸의’ 성공을 거둔 스테디셀러 겸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한 조건을 탐색한다. 작가가 아닌 크리에이터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겠지만, 비단 출판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음악부터 레스토랑, 가위 같은 물건까지를 이야기한다.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작가이자 마케터이며 전략가다. 그는 걸작을 만드는 법이 아니라 시장에서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는 방법을 목표로 한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천재의 비탄은 반 고흐 이후로 끝났다. 창작자들은 적극적으로 자기 홍보를 해야 하고, 자신의 팬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홀리데이의 말에 따르면 “당신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 작품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책에 등장하는 출판업자 팀 오릴리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가진 문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닙니다. 무명이라는 점이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은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전자책 시장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무료보기’ 정책이다. 종이책의 경우는 수십명 혹은 100명 단위의 서평단에 무료로 책을 제공하고 리뷰 게시를 유도한다. 로맨스나 판타지 소설의 전자책은 아예 1권을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책을 누가 돈을 주고 사겠냐고?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는 공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책을 토렌트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러시아에서 그의 소설은 1년에 1만부 정도 팔렸고, 토렌트 사이트에 공개된 이듬해에는 10만부를 팔았다. 하지만 무료로 공개한다고 무조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영향력을 키워가는 때에는 특히나 중요할 수밖에 없는 담론을 여러 사례를 통해 말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