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밤낮이 바뀌었던 몇주 전, 문득 지드래곤(G-Dragon) 노래를 듣다가 아이유(IU)의 <팔레트>라는 곡에 도달했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 있는 대중음악가 중 높은 자리 하나를 차지하는 그에게 지금까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상큼하고 청순한 10대 소녀의 사랑 노래에 보는 이의 심장을 녹이는 안무가 곁들여졌다고 해도, 아무리 많은 사람이 듣는다고 해도 말이다. 한데 이 노래를 듣다가 아이유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다. 어릴 적 무명 생활부터 남들이 기획한 ‘아이돌’로 무대에 섰던 경험, 그리고 세상 모두가 선망하는 연예인이면서도 그 무게와 괴리 등에 고민하던 스물다섯의 아이유를 말이다. 《Palette》라는 앨범에서, 또 같은 제목의 노래에서 그는 파스텔 톤의 물감으로 쓱 칠한 캔버스처럼 조금 ‘내려놓았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고, 또 미워한다는 노랫말을 들으며– 아주 다른 삶이지만– 그 무렵 나는 어떠했나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이 항상 열 몇가지씩 있었고,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걸었고, 새로운 인연과 사람이 생겼다가 쉽게 사라지기도 했다. 10대 때 겪은 연애 경험이 첫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것도 그즈음이었던 것 같다. <팔레트>는 대중음악을 발표하는 ‘아이돌’ 아이유로서의 모습과 직접 가사를 쓰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음악가’로서의 이야기가 균형잡힌 채 녹아 있다. 결코 들을 일 없을 것 같던 음악을 듣다가, 애늙은이처럼 조금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생각한 젊음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