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날렵한 몸놀림은 거구의 마동석조차 긴장하게 한다. <악인전>에서 김성규가 연기한 K는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와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이 미친 듯이 잡으려고 하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다. 영화에서 김성규는 꿈에 나올까 무서울 만큼 징글징글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범죄도시>에서 장첸 일당 중 한명인 양태를 연기하고,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비밀이 많은 남자 영신을 맡은 그다. 김성규는 “K는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영화를 보니 내가 고민했던 지점을 감독님께서 잘 담아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나쁜 놈을 맡았는데. (웃음)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장동수, 정태석, K 등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세 남자가 달려가는 구조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동시에 K가 동수, 태석으로부터 쫓기는 한편, 연쇄살인마의 전형적인 모습이 연상돼 표현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작인 <범죄도시>에서 연기한 양태에 이어 악역을 맡은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
=전혀. 양태를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다. 내게서 감독님들이 끄집어내고 싶은 모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악역이야?’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영화에는 K의 전사가 따로 등장하지 않지만 배우로서 K에 접근하기 위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감독님은 K의 사연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 그가 가진 공포감이나 미스터리가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 얘기해주었고, 나 또한 감독님 말에 동의했다. 연쇄살인마다보니 혼자 등장하거나 대사 없이 이미지로만 보여야 하는 장면이 많았고, 살을 뺀 것도 그래서다.
-얼마나 뺐나.
=전작인 드라마 <킹덤> 시즌1 촬영 때문에 살이 약간 빠진 상태였다. 65kg에서 56kg까지 뺐다.
-여러 고민 끝에 내놓은 K는 어떤 캐릭터인가.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K를 내성적이고 자신만의 가치관에 갇혀 살아온 사람으로 보았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2인극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연출 이호웅)을 봤다. 주인공이 자신의 처지를 동물원에 갇힌 사자에 비유하는 장면을 보면서 K가 가진 내면의 정서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연극에 쓰인 곡 <Exodus Wounds>(<혹성탈출: 종의 전쟁> O.S.T에 수록된 곡)도 많이 들었다.
-현재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를 찍고 있는데.
=캐릭터를 준비할 때 관련 이미지를 찾아 참고하는 편인데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떠오른 영신의 이미지는 안개였다. 드라마가 시즌제다보니 인물의 모든 정보가 한번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영신이 악역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전히 세상을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서비(배두나)와 달리 영신은 어떤 일을 겪은 뒤 감정이 다 소진돼 메마른 상태고,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목적 하나만 보고 나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시즌2에선 영신의 비밀이 다 밝혀질까.
=그렇다. (웃음)
-곧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데 소감이 어떤가. (칸국제영화제에 가기 전에 인터뷰가 이뤄졌다.-편집자).
=부산국제영화제도 안 가봤는데 칸에 간다니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다. <킹덤> 시즌2를 함께 촬영하고 있는 주지훈, 배두나씨 등 동료들도 좋은 경험하고 오라고 축하를 많이 해주셔서 실감이 많이 난다. 칸 상영만큼이나 개봉한 뒤 관객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싶나.
=어떤 역할이든 주어지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최근 영화에서 밤에 주로 활동하는 역할을 연달아 맡았으니 다음에는 좀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