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인 엄마(앤 에르노스)와 함께 트레일러에서 사는 로제타(에밀리 드켄)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수습 기간이 끝나면 직장에서 잘리고, 찬바람이 들어오면 휴지로 막아내고, 드라이기의 온풍으로 아픈 배를 달래는 그는 평범한 삶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그에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어느 날, 와플 가게에서 일하는 리케(파브리지오 롱기온)가 그에게 호감을 표하며 다가온다. 로제타는 그의 도움으로 와플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를 얻지만, 사장의 아들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차면서 며칠 만에 다시 실직자가 된다. 찰나 같은 희망을 맛보고 다시 좌절에 빠진 로제타에게 선의의 손길을 내미는 리케는 이제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경쟁자일 뿐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다르덴 형제가 <프로메제>(1997) 이후 내놓은 두 번째 극영화이다. 감독 특유의 핸드헬드 카메라가 러닝타임 내내 로제타의 곁을 지키며, 극단적인 윤리적 딜레마를 포함한 인물의 내면을 응시한다. 약자의 고통을 대상화하거나 앞서 단정짓지 않는 카메라의 태도는 이후 영화비평과 후배 영화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야기한 청년실업 문제를 고발한 이 작품은 2000년 벨기에에서 실시한 청년실업 대책, 이른바 ‘로제타 플랜’을 만드는 데 직접적인 불씨가 되기도 했다. 1999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