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의 사진이 시작이었다. 1980년 5월, 광주 도심 곳곳에서 포착된 남자. 군용트럭 위 군모를 쓰고 무기를 들고 매서운 눈매를 한 사나이. 보수논객 지만원은 그를 북한특수군 ‘제1광수’로 명명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고 나선다. 지만원의 불통의 주장이 앞서는 가운데, 당시 시민군에게 주먹밥을 나눠준 여성 주옥씨는 사진을 보고 그를 자신이 아는 ‘김군’이라 기억해낸다. 강상우 감독과 제작진은 주옥씨의 기억을 따라가기로 한다. 김군의 행방찾기가, 광주 역사 바로잡기로 귀결되는 다큐멘터리. 5년여의 시간이 걸린 <김군>의 출발은 바로 사진 한장이었다.
제작진은 사진을 확대하고 확대해서 M16 소총, 포클레인, 복면 하나까지 김군을 찾는 데 단서가 될 만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사건 후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의 광주에서 현재의 사람들을 기록한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이게 나 같아. 아까는 몰랐는데”라는 증언자들의 번복처럼, 제작진이 사진을 매개로 만난 증언자들의 채집은 더러는 불확실하다. 5월 18일 이후, 계엄군이 쏜 총격에 무방비 상태로 당해야 했던 열흘간의 기억은 그들에게 잊을 수 없지만 또 잊지 않고는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집단의 트라우마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보면 눈이 뒤집어져. 그러고도 남았어”라는 한 증언자의 말처럼, 민주화가 무엇인지, 전두환이 누군지도 몰랐던 청년들은 시민군이 되어 총을 들었다. 1980년 이후 태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지 않은 제작진이 질문자가 되어 김군을 찾는 동안, 당시 ‘김군들’이었을 이들의 아픈 증언이 관객의 감정을 뒤흔든다. 서스펜스와 긴장으로 구성된 영화적 형식을 뛰어넘는 강렬한 힘이 발생되는 지점이다. 광주 서사에 대한 또 다른 전환을 제시해주는 발군의 다큐멘터리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서 공개된 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