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유명해진 소설 <파이 이야기>는 어느 작가가 흥미로운 경험을 한 사람을 소개받고 찾아가 들은 이야기를 옮겨 적었다는 식으로 구성된다. <아우슈비츠의 문신가> 역시 그렇다. 헤더 모리스는 어느 날,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졌다는 한 노신사를 소개받았다. 랄레 소콜로프라는 이름의 그는 홀로코스트에서의 시간을 들려주었다. 이것은 그와 그의 아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었다. 두 사람이 만난 아우슈비츠의 비르케나우는 특히 혹독한 상황이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이야기는 영화 시나리오로 먼저 만들어진 뒤 소설로 개작되었다(영화는 제작되지 못했다). 랄레 소콜로프는 24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온 유대인인 그는 수용소의 유대인들에게 문신을 새기는 일을 하게 된다. 독일어로 문신기술자라는 뜻인 ‘테토비러’로 일하게 된 그는 수용자들에게 번호를 새기는 일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하게 된 랄레. 그나마도 잉크에 문제가 있어서 문신을 다시 새겨야 할 때도 있었다. 랄레는 여자들에게 문신을 새기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우슈비츠에 대한 많은 영화와 책들이 있다. 이 책은 랄레가 감금당하고 고문당한 기록이지만, 또한 사랑을 발견하고 신뢰를 잃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다. 책 말미에는 랄레가 아우슈비츠 내 형벌방에 감금되었던 기록을 포함한 사진과 주요 (실존)인물에 대한 추가 정보, 그리고 랄레의 아들이 쓴 짧은 글 등이 실렸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직접적인 증언을 통해 쓰였지만 허구적인 소설이다. 랄레는 “아침에 깨어나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은 좋은 일이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다.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읽으면, 그 한 문장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절망과 희망
기타는 자신도 몰랐던 힘을 끌어모아 일어서더니 골트스테인 부인을 껴안는다. 주위에서 그녀의 비탄을 지켜보는 이들이 함께 슬퍼하는 게 느껴진다. 그들은 말없이 지켜보며 제각기 나름의 절망이 자리한 암흑 속으로 들어간다. 그들 역시 가족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오래된 입주자들과 새로 들어온 이들이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