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덮어도, 이 영화가 끝나도 어딘가에서 이 사람들은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역시 그렇다. 엄마와 자식들을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살았던 아버지의 15년 만의 부고, 어른이 되어 이제 부모의 보살핌 같은 것은 필요 없지만 장녀 사치는 마지막 인사를 위해 장례식장을 찾고 거기서 아버지가 남긴 또 다른 동생 스즈를 만난다. 갈 곳이 없어진 스즈에게 사치가 “우리와 함께 갈래?”라고 손을 내미는 데서 시작했던 만화가 어느덧 완결이다. 2006년 만화잡지 <월간 플라워스>에서 시작된 연재가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에 마무리되었고, 한국에서는 1권이 2009년 출간되었으니 10년 만의 완간이다. 가족이 되어 가마쿠라에서 함께 살며 조금씩 앞을 향해 걸어갔던 자매들의 이야기와 이별할 생각을 하니 아쉽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새 친구를 사귀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성장한 사치, 요시노, 치카, 스즈. 그리고 자매들을 따스하게 바라봐주던 동네 사람들도 9권에 이르러 새로운 선택을 하며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간다. 축구 특기생으로 시즈오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하고, 가마쿠라를 떠나는 스즈에게 사촌 나오토가 “모두 저마다 새로운 길을 가겠네”라고 말하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온다. 돌아올 집이 생긴 스즈는 친구들과 언니에게 “다녀올게”라고 말하며 집을 나선다. ‘행복이 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누군가를 걱정하고 누군가에게 걱정을 끼치고, 일하고 먹고 함께 웃는다’라는 사치의 말처럼, 그런 매일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