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7일. 미세먼지 따위는 거의 없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올 만한 날씨인데 실내에 계속 처박혀 있을 수는 없는 법. 재빨리 일을 끝마치고 방송국을 나섰다. 시간은 오후 5시. 생방송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미 기분이 좋은 상태였지만 이 상태를 더욱 끌어올려줄 음악이 필요했다.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해서일까. 대신 휘파람을 불어줄 누군가를 내 아이팟 안에서 찾아봤다. 빌리 조엘의 <The Stranger>? 명곡이지만 너무 많이 들었다. 시티즌 제인의 <So Sad and Alone>? 불과 며칠 전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나간 곡이다. 최근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서 순항 중인 조너스 브러더스의 <Sucker>? 좋은 선택이지만 좀 뻔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뮤지션은 앤드루 버드였다. 미국 출신 인디 포크 뮤지션으로 2019년 3월 통산 12집 앨범 《My Finest Work Yet》를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이미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앨범’급이라고 평가받았음을 기억해두자. 거의 전곡이 베스트라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Sisyphus>에는 정말이지 매력적인 휘파람 소리가 담겨 있다. 미세먼지가 좀 덜한 날에 부디 이 곡을 들어보길 바란다. 시험적으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도 틀어봤는데 청취자의 반응이 상당했다는 점만 밝혀둔다. 그리스신화 속 시시포스가 어떤 인물이었고, 지옥에서 어떤 형벌을 받았는지를 알고 가사와 함께 감상하면 더욱 흥미로운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