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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⑧] <산을 그리다> 장양 감독 - 스크린에 소수민족의 삶 그렸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9-05-15

<샤워>(1999), <해바라기>(2005), <노인 요양원>(2012) 등으로 유명한 중국의 장양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혼의 순례길>(2015)에 이어 다시금 소수민족의 삶을 스크린에 펼쳐놓는다. <산을 그리다>는 중국 윈난성 다리에 이주해 사는 화가 선젠화와 그에게 그림을 배우는 마을 할머니들과 제자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답고 성찰적인 다큐멘터리다. 장발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타난 장양 감독을 만났다.

-어떻게 다큐멘터리 <산을 그리다>를 시작하게 되었나.

=중국 윈난성 다리에 이주해 살면서 화가 선젠화 선생을 알게 되었다. 선젠화는 상하이에서 활동하다가 가족과 함께 다리에 정착해 살고 있는 유명 화가인데, 그가 산중 그림 수업을 통해 다리 지역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가르친다는 걸 알고 이를 소재로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 결혼식, 춘절 등 백족의 문화와 풍습 또한 영화에 잘 담겨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백족의 풍습을 기록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 백족은 한족에게서 영향받은 민족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족의 고유 풍습은 많이 사라졌고 백족의 풍습은 아직 잘 남아 있다. 하지만 20, 30년이 지난 뒤에는 백족의 풍습 또한 변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젠화 선생과 제자 딩룽의 삶의 행적은 대비를 이룬다. 선젠화는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했고, 젊은 딩룽은 시골에서 도시로 가려 한다.

=단순하고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도시 사람들이 다리를 비롯한 시골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도시에 일자리를 구해 정착하려 한다.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도시로 향하고, 도시에서 경제적으로 살 만한 사람들은 시골에서 조용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한다. 중국 내 이런 현상이 흥미로웠다.

-선젠화의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 중 한분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자신의 삶이 고인 물 같았지만 그림을 그림으로써 흐르는 물이 된 것 같다고. 그림을 통해 할머니들의 삶이 변화하는 걸 목격했나.

=정서적 측면의 변화는 있겠지만 생활적으로는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할머니들이 그림을 팔아 경제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고, 가족들에게 화가로서 존중받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할머니들의 생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포착하려했다기보다 평온한 일상과 삶을 들여다보려 했다.

-화면비가 1:1이다. 스크린이 곧 캔버스 같다.

=캔버스가 정사각형 프레임이라 스크린을 통해서도 캔버스의 실제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최대한 화폭의 구도를 따라가려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찍을 때 동시에 착수한 프로젝트가 있다. <다리의 소리>라는 제목의 작품인데, 여기엔 인물이나 스토리가 없다. 이미지와 사운드로만 채운 영화고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반면 <산을 그리다>에선 풍경이 아닌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다큐멘터리 <영혼의 순례길>은 해외 영화제에서도 호평받았지만 중국에서도 역대 다큐멘터리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를 만큼 흥행했다.

=예전엔 투자·배급사에서 ‘이런 다큐멘터리가 돈이 될까?’ 하고 의구심을 가졌다. 그런데 <영혼의 순례길>이 흥행하면서 창작자로서 자유를 얻게 된 측면이 있다. 예산에 맞춰 극영화를 찍을 때와 비교해 소규모 스탭들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더 자유롭다. 이런 작업 방식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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