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가깝고 시차도 없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로 일본이 각광받는 이유다. 비행편도 잦고 직항으로 가는 도시가 많으며, 배로도 갈 수 있는 도시들이 있으니 금상첨화다. 계절과 날씨, 생활방식이 비슷한 데서 오는 유행의 사이클, 선호하는 음식과 물건의 흡사함 역시 그 선호에 한몫한다. 그러니 일본 여행서는 유독 세분화되는 것이다. 가이드북과 에세이가 고루 많을 뿐 아니라 여행 테마(쇼핑, 온천 등)와 지역(홋카이도, 간사이, 소도시 등)에 따른 책이 주기적으로 선을 보인다. 나는 <교토의 밤 산책자>를 쓸 때 계절별 교토와 밤의 교토를 쓰는 데 주력했는데, 그것은 이미 교토만을 다룬 책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 도시 가운데 가장 여러 번 말해진 도시를 꼽자면 도쿄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그 도쿄를,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가 <아직, 도쿄>라는 에세이집에 담았다.
‘아직, 도쿄’라는 책의 제목에는 두고 온 그리움이 한가득이다. 몸은 이곳이지만 마음은 아직, 도쿄에. 글씨도 그림도 모서리가 둥근 임진아 특유의 인장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취향에 관해서라면 쉽게 양보하지 않아요’일 듯하다. 도쿄의 상점과 커피숍, 밥집과 술집, 산보, 서점으로 챕터를 나누고 관련한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적어두었다. 글을 읽으며 ‘오, 가보고 싶다’로 생각할 즈음 그림이 등장한다. 사진처럼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곳의 정서를 선명히 담아낸 흑백의 그림이 주는 온기가 좋다.
남원상의 <레트로-오키나와>는 오키나와의 오래된 식당들 이야기를 담았다. ‘오래된’ 식당 이야기를 오키나와를 무대로 한다면 필연적으로 갖춰야 할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음식마다, 식당마다 이어진다. “정치적 맥락에 따라 식재료가, 조리법이, 심지어는 주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오키나와도 바로 그렇다.” 그러니 일본 다른 지역의 식당 이야기와 조금 다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찰리 타코스’라는 식당은 무려 1956년에 문을 연 노포로 타코 전문점이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본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 푸른색이 유난히 자주 눈에 띄는 사진들은 오키나와의 바다를 그리워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