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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의뢰인> 유선 - 이해하기 힘든 인물의 근원을 찾아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9-05-07

머리카락을 단단하게 묶을 때마다 지숙(유선)의 얼굴은 서늘하고 섬뜩했다.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건 <검은 집>(2007) 이후 처음”이라는 유선은 “이해하기 쉬운 인물은 아니었지만 아동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걸 알려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지숙이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수위도 염려됐다. 하지만 육아 스트레스를 폭언과 폭력으로 푸는 부모들이 많고,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이 아동학대를 보고도 무관심하거나 방관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학대하는 지숙은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인데.

=이 여자의 전사(全史)를 유추하면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을 것 같다. 지숙은 “머리 묶어주고, 옷 사 입히고, 학교 보내줬는데 엄마로서 안 한 게 뭐가 있냐”고 엄마가 가진 기능적인 역할만 얘기하는데, 그걸 보면 엄마라는 존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영화에 따로 등장하지 않는 지숙의 전사를 꼼꼼하게 구축한 이유가 뭔가.

=감독님이 “지숙이 왜 아이들을 학대하는지를 영화에서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마냥 타고난 악인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할 수 없었다. 지숙이 하는 말과 행동의 근원을 찾아야만 캐릭터를 냉정하게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집에서 대본을 읽는데 이 역할이 해내야 하는 몫과 책임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눈빛부터 살벌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육아를 한 뒤로 아이에게 큰소리 한번 낸 적 없는 내게서 그런 서늘함이 나올 수 있을까. 원래 악한 면모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컸다.

-촬영 전날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고 들었다.

=되게 외로웠다. 내 과제니까 도와줄 사람도 없고. 현장에서도 주로 아역배우들과 맞붙는 신들이라 혼자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다음 작품은 <진범>(감독 고정욱)이다.

=송새벽씨와 함께 찍은 스릴러인데 7월 개봉 예정이다. 살인범으로 누명을 쓴 남편을 구하는 아내 역할로, 지숙과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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