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자들의 등산일기’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웹사이트 이름으로, 등산하는 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다. <고백> <백설공주 살인사건> 등 영화로 만들어진 미스터리 소설들로 잘 알려진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다. 이번 책을 내고 가진 출간기념회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는데, 평소 취미인 등산을 소재로 여자들의 이야기를 연작 단편으로 써냈다. 목차는 일본 니가타의 묘코산과 히우치산을 시작으로 홋카이도의 리시리산, 뉴질랜드 통가리로산 등을 경유하는 산과 국립공원, 산악 페스티벌 이름으로 되어 있다. 산이 익숙한 사람도 산이 처음인 사람도 있다. 그리고 다들 그 자신이 산처럼 거대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리시리산’과 ‘시로우마다케’는 자매가 주인공인데 전자는 동생의 시점으로, 후자는 언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동생은 마지막 ‘가라페스에 가자’에서 한번 더 등장한다. <여자들의 등산일기>는 보통 동반자가 있는 여성의 등산을 다룬다. 서로를 싫어하는 직장 동료인 두 여성, 자매, 남자친구와 함께인 여성 등이 등장한다. 하지만 인상적인 이야기 몇편은 혼자 등산하기의 즐거움에 대한 글이며 캐릭터다. 미나토 가나에 자신이 ‘홀로 등산’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결국 타인과의 좋은 추억을 그리워하기 위해서라도 혼자 등산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설득하고 있다.
등산에 익숙한 여성이라고 할 때 흔히 떠올리는 편견을 깨는 이야기도 있다. ‘히우치산’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40대 여성과 남성이다. 이제 막 데이트를 시작한 단계. 여자는 버블 시대에 사들인 물건들을 아직도 지니고 있어 부유하다는 편견의 주인공이 되곤 하는 인물로, 우연히 본 별점 결과를 따라 남자를 골라 등산까지 함께한 참이다. 산의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 싶던 풀메이크업의 여자가 사실은 등산에 능숙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과거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다들 정상까지 너무 쉽게 오른다는 비현실적인 설정(아마 미나토 가나에가 등산에 능숙하기 때문인 듯한데 소설에서 처음 산을 타는 중년 여성도 정상까지 간다)을 제외하면 곳곳에서 기억할 만한 이야기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삶의 큰 결심을 위해 산에 오르거나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으리라. 물론 일반적인 등반자들은 가벼운 이유(산이 저기에 있고 나는 시간이 있다)로 산에 오르겠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에겐 하나같이 사연이 있다. 이야기들이 가족과 사랑을 둘러싼 훈훈한 마무리라는 점이 독자에 따라 단점일 수도 장점일 수도 있겠다. 일본 <NHK>에서 드라마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