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슈퍼돔이 보였다. 뉴올리언스 입성 직전이었다. 미식축구팀 뉴올리언스 세인츠(줄여서 ‘더 세인츠’) 홈구장인 슈퍼돔은 이번 미국 여행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였다. 음악과 깊은 연관을 맺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때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재민들은 지붕이 반 이상 날아간 슈퍼돔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대략 1년 뒤인 2006년 9월 25일, 보수를 끝낸 슈퍼돔이 마침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기념 공연이 빠질 리 없었다. 유투와 그린 데이가 무대에 올라 <The Saints Are Coming>을 불렀다. 1978년 펑크 밴드 스키즈가 발표한 원곡을 커버한 것이었다. 이 곡과 더 세인츠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그러나 ‘더 세인츠가 돌아온다’라는 제목이 일단 적절했고, 가사 또한 놀랍게도 뉴올리언스의 부활과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더해 두 밴드는 곡의 앞부분에 <House of the Rising Sun>의 초반부 가사를 변용해 넣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뉴올리언스에 집이 하나 있지. 사람들은 그 집을 슈퍼돔이라고 불렀어”다. 이런 이유로 이 곡은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감동을 그나마 온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도 더 지난 2006년 곡을 갑자기 소환한 이유가 있다. 얼마 전 산불로 강원도가 큰 피해를 입었고, 세월호는 5주기를 맞이했다. 재난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