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은 사회에 적응하는 개인의 능력이나 대인관계의 원만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좁게는 사교성을 의미하기도 하는 이 사회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끔 하는 심적, 물리적 에너지 자체라 때로는 배터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지닌 사회성 배터리는 소용량이다. 대체로 12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집처럼 혼자 있는 공간에서 휴식하며 수시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혼자만의 공간이 없다면 카페에 들러 콘센트를 찾기도 한다. 이 배터리에 태양광 전지 패널이 달린 사람들이 있다.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아니 그렇게 해야만 충전이 되는 사람. 우리 사회에선 특히 이런 외향적인 사회성 배터리를 지닌 사람들을 반긴다. 에너지효율등급이 높은 상품이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선호되는 것처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업무 중 사회성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긴 시간 사용이 필요한 날이거나,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날 때나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날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용량 보조배터리를 대여해 집을 나선다. 부피도 크고 무겁다. 이런 배터리를 들고 외출하는 날엔 발걸음이 더디다.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휴일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배터리로도 충분하다. 에너지가 소모되기도 하지만 충전도 금방 된다. 명절 같은 가족 모임 때 사용하는 배터리는 묘하다. 내가 가진 배터리 중 가장 오래됐고 어릴 때는 성능이 좋았지만 서서히 효율이 떨어지다가 지금은 말도 못할 상태가 되었다. 조금 전에 충전한 것 같은데 금세 수명이 다했다며 붉은 표시가 뜨고 충전해야 할 상황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대부분 배터리가 거의 바닥나 방전 주의 표시가 켜져 있을 때가 많다. 이럴 때 예상치 못하게 사회성을 써야 할 일이 생기면 조금 난감하다. 상대방은 통화를 원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나는 휴대폰 배터리 잔량이 10% 미만일 때 같은 상황이다. 걸을 힘도 없어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님이 활기차게 웃으면서 라디오 뉴스에 나오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할 때면, 주섬주섬 남은 사회성 보조배터리가 없는지 찾는다.
내게 어른이 된다는 건, 언제 어디서나 몇개의 작은 사회성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니는 일이다. 길 가다 문득 들어간 가게에서 점원이 말을 건넬 때도, 장시간 기차나 비행기를 탈 때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이야기를 건넬 때도 세련되고 지속적으로 사회성이라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 그래서 지하철에서 낯선 이에게 행선지를 묻거나 스스럼없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인싸력’ 높은 어르신을 보면 존경스럽다. 전용 충전소가 필요한 내향적 인간인 난 나이가 든다 한들 별도리가 없을 것 같다. 보조배터리를 여러 개 들고 다닐 기력도 떨어져 그나마 준비된 사회성도 더 줄어들었거나 아니면 굳이 그런 배터리를 들고 다닐 필요조차 사라져버린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