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아픈 만큼 사랑한다> “아픈 데 없어요?”
김소미 2019-04-17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지대의 작은 마을. 숲이 파괴돼 터전을 잃은 원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채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의료 선교팀에 환자들이 자주 찾는 이름이 있다. 바로 ‘닥터박’. 1996년부터 이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외과의사이자 선교사인 박누가 선생을 부르는 말이다. 그가 얼마 전 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랜 기간 그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거나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아픈 데 없어요?” 박누가 선교사는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길 위에 방치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다. 그로서는 ‘안녕하세요’보다 훨씬 간편한 인사법이다. 1989년에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꾸준히 필리핀 곳곳을 누비며 의료 활동을 펼쳐온 박누가 스토리는 종교적 색채와 관계없이 한 사람의 티 없는 소명과 끈기에 감복하게 만든다. 기독교적 메시지가 강하게 녹아 있지만, 영화의 감정을 이끄는 동력은 매사 의연하고 소탈한 그의 인간적 면모에 기인하고 있어 비기독교인에게도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신앙과 공동체를 굳건히 지켰고, 자신의 재능을 타인의 고통을 더는 데 할애한 인물. 신이 이런 사람을 일찍 데려간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2012년과 2016년에 KBS1 <인간극장>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박누가 선교사는 지난해 8월에 세상을 떠났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