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75년,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함에 따라 태양계 전체에 급격히 이상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에는 빙하기가 찾아오고 살아남은 인류는 지하에 숨어들어 생존한다. 곧 태양이 폭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류는 지구 한쪽 면에 에너지 추진체를 달아 태양계를 탈출하는 ‘유랑지구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어려움을 뚫고 외우주로 출발한 지구는 17년의 항해 끝에 목성의 궤도를 지나는 도중 목성의 중력권으로 끌려들어가 충돌의 위기를 맞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최정예팀이 출동한다. 한편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인도하던 류페이창(오경)은 유랑지구 계획에 숨겨진 이면을 감지하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SF소설계의 권위 있는 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의 SF 작가 류츠신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랑지구>는 중국의 우주굴기를 드러낸 야심작이다. <아마겟돈>(1998) 등 우주재난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익숙한 전개에 할리우드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CG, 특수효과, 볼거리에 힘입어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 전개는 산만하고 급작스러운 편집으로 몰입을 방해한다. 멋진 비주얼과 스케일을 따라가지 못하는 연출력과 강박적인 메시지의 부조화. 긍정과 부정 모두 포함해 중국영화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