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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시전집), <어느 푸른 저녁>(젊은 시인 88 트리뷰트 시집)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오계옥 2019-04-16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시전집)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어느 푸른 저녁>(젊은 시인 88 트리뷰트 시집) 강성은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기형도”라고 답했다가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나를 마치 중2병 소녀처럼 바라보던 그 사람은 “넌 아직 많은 시를 읽어보진 않은 모양”이라고 나를 비웃으며 “그 시인은 다소 과대평가되었지”라고 읊조렸다. 세상 다 아는 척 쓸쓸한 눈빛을 지어 보이던 그의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저 웃음만 난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이제 다시 나는 좋아하는 시인이 기형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의 시를 다시 꺼내 볼 때에는 웬일인지 서글프고 쓸쓸하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은 기분이 들 때이다. 너무 유명해져서 이제 닳아버린 문장,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질투는 나의 힘>)를 읽다가 눈길을 위로 올리면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가 우두커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유명해지고 흔해져서 나만의 것이 아닌 시라 하여도 어찌 저녁 거리에 서 있는 청춘을 그냥 흘려 보낼 수 있을까.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는 기형도 30주기를 맞아 기형도의 시들을 온전하게 묶은 시전집이다. 전집이라고 하여도 한권이다.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입>(1989)에 실린 시와 미발표 시를 더 모아 총 97편의 시를 실었다. 기형도 시전집과 문학과지성사에서 함께 나온 <어느 푸른 저녁>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사랑하는 젊은 시인 88인이 쓴 트리뷰트 시집이다. 청춘과 젊음의 상징인 기형도의 시를 사랑하는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시인들의 헌정시 88편이 묶였다. 트리뷰트 시집과 함께 세트를 채운 마지막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김유가 그린 그림책이다. 기형도의 시 <전문가>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글을 얹은 책 또한 시집을 특별하게 장식한다.

희망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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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시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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