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4월의 책장에는 계절보다 빠르게 봄이 와서 꽂혔다. 기형도 시인 30주기를 맞이해 출간된 시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와 젊은 시인들이 기형도를 기리며 쓴 트리뷰트 시집 <어느 푸른 저녁>은 봄날에 쓸쓸한 정취를 더해주는 시집이다. 청춘과 젊음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집과 트리뷰트 시집을 읽으며 봄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다혜 기자의 <교토의 밤 산책자-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들>은 훌쩍 일본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교토행 비행기 티켓만 끊는다면 휴대폰으로 여행 내내 정보를 검색하거나 어딜 가면 좋을지 블로그를 뒤적여볼 필요도 없다. <철학의 이단자들>은 어려운 철학을 만화로 쉽게 풀어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고 논쟁을 빚었던 중세 철학자들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컬러풀하고 유머러스한 만화 한권으로 갈릴레오와 데카르트부터 스피노자와 뉴턴에 이르는 10여명의 철학 이론을 습득할 수 있다. <마마 탄두리>는 극성맞고 시끄럽지만 애달프고,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엄마의 이야기를 묶은 것 같은 책이다. 인도에서 네덜란드로 넘어와 아들 셋을 키우고, 그중 큰아이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엄마는 더 강하고 밝은 사람이 되었다. 간혹 민폐나 진상 고객이 되는 엄마에 대한 공감성 수치만 참아낼 수 있다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파니 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을 연출한 감독 도리스 되리의 단편소설집이다. 이성애에 시달린 여성들의 이야기와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설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연애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 상황은 개선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계속 사랑을 믿고 싶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좋은 시절은 갈수록 짧아지고 4월임에도 계속 춥지만 어찌되었든 비로소 봄이다. 봄에는 좋은 책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