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문신>(自由門神)이 상영된 모악당은 죽죽 긋는 비를 뚫고 온 관객들을 반갑게 맞지 않았다. 2시간27분의 러닝타임을 자발적으로(?) 분리하는 정전 사고가 일어났고, 어두운 상태에서 10분간 앉아 있어야 했다. 모더레이터의 “대만의 구로사와 아키라”라는 소개와 함께 등장한 왕통 감독이 “끝까지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것은 그래서 더욱 진심이 섞인 말이었다. 왕통 감독은 100여 편의 영화의 미술감독을 했고 작년 부산영화제를 찾은 <홍시>를 비롯한 14편의 영화를 감독한 대만의 중견감독이다.
철공소에 일하는 아거우와 일종의 가족사업인 장례식 밴드 ‘행복밴드’(快樂行樂團) 일원인 아휘와 다리를 저는 아밍 등 돈도 없고 대접도 받지 못하는 ‘소인물생활(小人物生活)’이 질척한 장례식 음악에 맞춰 흐른다. 우정과 가족애 그리고 전통이라는 주제는 원신원컷을 철저하게 지킨 영화의 느린 리듬으로 진중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떠나간 밴드 일원을 대신하여 어머니가 커다란 북을 메고 나타나거나, 대만에서 잃어버린 문신이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발견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왁자하게 퍼지기도 했다.
제목에도 등장하는 절의 대문에 그리는 ‘문신’에 대한 질문이 관객으로부터 맨처음 나왔다. “문신이 미국까지도 가게 되는데 자유의 여신상이 주는 이미지와 대비하면서 보면 될 것 같다. 문신은 절의 문을 열면 안으로 가고, 닫으면 밖으로 향한다. 그래서 문신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신은 현대인의 생활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하지만 주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전통’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젊은이들이 문신을 훔치고 그것을 파는 행위에서 문신을 훔친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결말에 대해서 “전통을 중요시하지 않는 젊은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인가”는 도전적 질문에 왕통 감독은 “젊은이에게 악은 없다”는 말로 현대사회의 혼란한 가치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류>(감독 차이밍량)의 이강생이 맡은 아휘의 역할 때문에, 그리고 특별히 남녀 간의 사랑이랄 것이 없는 스토리라인 때문에 아휘과 아거우의 관계를 동성애로 연결시키는 관객도 있었다. 동성애를 전면에 다룬 영화가 많이 포진한 올해 전주영화제 라인업이 초래한 색다른 오해였으리라.
정부 지원금 3억8천만원을 받아서 완성한 9억4천만원 프로젝트는 전통을 중요시하는 주제의식 때문인지 대만 젊은 관객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영화를 제작하자는 일부의 제기도 있지만 자신의 그리고 대만의 예술적인 취향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만의 영화계를 수십년간 이끌어온 영화감독은 말했다.
구둘래
*그림설명(사진:양철모)
대만의 중견감독 왕통(왼쪽)이 소시민의 인물화 <자유문신>으로 전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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