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한시협)가 지난해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한 K씨를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로 재임용했다.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자리가 1년간 공석이 되면서 지역 시네마테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기자 지역네트워크회의(강릉시네마테크, 광주시네마테크, 대구경북시네마테크, 시네마테크대전, 시네마테크 시네필 전주, 제주 씨네아일랜드, 씨네오딧세이 청주, (사)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서울 LGBT 아카이브)에서 안건이 논의됐고, 이사회(최정운, 강민구, 박기호, 변재란, 오정완, 장서희, 정유진, 정윤철, 조영각, 허문영)는 4월 2일부로 K씨의 임용을 결정했다. 이사회는 1년 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을 같은 자리에 복귀시키면서도 아무런 임용의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K씨는 과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로 재직하던 중 학생을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임용 결정 이후 한시협 홈페이지 Q&A 게시판에는 K씨의 복귀를 둘러싼 찬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복귀를 환영한다는 한 관객은 “추행을 확정하며 행위에 비례하지 않는 책임과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고, 반대하는 관객은 “성추행 문제가 있었던 이를 복귀시킨 결정에 실망하고 서울아트시네마를 떠난다”고 했다. 한편, 한시협의 ‘일방적’ 공지 과정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한 관객은 “어떤 행정 관점에서 이같은 결정을 하고 공지했는지 질의하는 것이 당신들이 겉으로라도 표방했던 관객 주인 됨의 자세 아닌가” 하는 글을 남겼다.
트위터에선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규탄’ 계정이 만들어져 #OOO을해 고하라 #서울아트시네마불매 같은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예술문화인단체 찍는페미는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재임용 사태에 부쳐’라는 성명서를 통해 “서울아트시네마는 ‘교육적, 문화적 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표방하며 ‘한국의 영화 문화 환경을 바람직하게 변화시켜감으로써 한국영화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 또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측의 K씨 재임용 결정은 그러한 서울아트시네마 건립 목적에 부합하는가? (중략) 이사회와 서울아트시네마는 한국영화계 내부의 성폭력 근절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어떤 책임을 다하였는가?”라며 재임용 철회를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K 프로그램 디렉터의 복귀를 허한 한시협의 결정이 한시협 구성원들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네트워크회의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 시네마테크의 한 회원은 “지역네트워크회의의 결정 주체 중 하나인 우리 단체의 회원들은 이번 안건과 관련해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고 논의 과정도 없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우리는 사업체가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는 성격의 단체이고 회원들의 동의로 대표가 결정되는 단체”이기 때문에 대표의 결정에 회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표의 결정으로 인한 비난의 목소리는 해당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온다”며 “한시협 결정의 무효화와 한시협과의 관계 재설정 등을 요구할 생각”이라 전했다.
긴 시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온 영화기관의 수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해당 단체나 관계자는 아직까지 그 어떤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다. 실제로 서울아트시네마 관계자와 K씨의 취재 과정에서 들을 수 있었던 말은 ‘공식적으로 전할 입장이 없다’는 입장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