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시장의 동시과점적 수직계열화, 즉 CJ와 롯데가 극장업과 영화 투자·배급업 양쪽 모두를 과점하면서 겸영하는 세계 유일무이한 상황이 한국영화계를 망치는 주된 방법은 “자기 영화 밀어주기”가 아니다. CJ ENM 영화사업부문의 2017년까지 5년간 영업이익 총계는 마이너스 262억원인 반면 CGV는 플러스 3280억원이다. 롯데도 비슷한 기간 영화상영부문의 이익인 티켓과 매점 이익률은 플러스 각각 60%와 80%대를 보인 반면 영화 배급 이익률은 마이너스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상업영화’ 배급 (추정) 수익률이 플러스 4.7~17.6%였고(영화진흥위원회) 극장이 없는 쇼박스 역시 같은 기간 총영업이익이 400억원이 넘었다. 왜 극장을 가진 CJ와 롯데의 배급부문만 이렇게 죽을 쑤고 있을까?
CJ와 롯데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상영 80%, 배급 45~60%(2017~18년 기준)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매출이 자기 그룹 상영부문과 배급부문 사이의 ‘자기 거래’에서 발생하는데 일부러 배급쪽이 손해를 보면서 극장쪽 이익을 키워주고 있다. 왜 그럴까? 첫째 극장은 극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극장이 독점한다. 영화에 끌려서 극장에 온 사람이 팝콘이나 음료를 사거나 상영 전 광고를 볼 때 발생하는 매출을 배급사에 분배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급쪽은 매출을 제작사나 부분 투자사와 나눠야 한다. 겸업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출을 극장쪽에 쌓아두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둘째 극장부문은 CJ와 롯데가 배급쪽보다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타 배급사들을 상대로 우월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 부율을 낮추거나 디지털 영사기 사용료를 별도로 받거나 무료 초대권을 발행할 수 있다. CJ와 롯데는 한국 영화배급시장 점유율도 높으므로(50%, 2018년 기준), 자기 거래에서 마음 놓고 배급쪽에 불리한 계약을 해놓고는 ‘한국영화는 대부분 이 계약대로 하고 있으니 영화를 우리 극장에 걸고 싶으면 수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고, 타 배급사의 영화가 없으면 자기 영화를 걸어도 되니 강요가 먹힌다. 법인이 분리돼 있지 않은 롯데는 같은 회사 부서장들끼리 계약서에 서명하는, 법적으로 무의미한 코미디를 벌이는데 그 계약서는 타 배급사 압박용으로 아주 유용할 것이다.
결국 이런 이유로 CJ와 롯데의 상영 곳간에 돈이 쌓이고 배급 곳간은 텅텅 비어가는 것이다. 산업 전체의 결과는 참담하다. 대기업에 속하지 않은 배급사들은 불리한 상영계약을 반복하면서 이윤이 압착되고 사세도 위축된다. 중소 배급사가 위축되니 제작사들은 대기업 배급사와 거래할 수밖에 없고, 극장까지 가진 대기업과 지위가 워낙 크게 차이 나니 더욱 불리한 투자·배급 계약을 한다(예: ‘공동제작지분’). 결국 흥행에 성공해도 대기업 극장이 50%, 대기업 배급사가 배급비, 공동제작지분, 투자지분을 떼어가고 나면 중소 제작사들은 다음 영화를 만들 돈도 못 건진다. 수직계열화 시대 전에는 중소 제작사와 배급사가 주도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직계열화 기업을 거치지 않는 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겸영 대기업들은 극장쪽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 투자·배급쪽에서 돈을 아낄 이유가 없다. 이슈가 될 만한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를 최대한 기용해 제작비를 최대한 안겨준 후 이를 회수하려고 다시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배정한다. 중간 규모 영화는 줄고 ‘천만 예약’ 영화만 늘어가면서 ‘스크린독과점’도 심화되고 있다. 영화의 다양성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자가 대표였던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는 오류와 왜곡으로 가득한 한국영화동반성장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독과점 “미달”을 주장하고, “입법부와 사법부로부터 부정”당했다는 왜곡으로 수직계열화 해소 법안에 반대해왔다. 박 임명자의 입장 재검토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