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무대에서 공연이 끝난 뒤 연주자인 아투로 산도발(앤디 가르시아)은 미국 대사관으로 향한다. 쿠바 출신인 그는 망명을 위해 대사관으로 향한 것. 아투로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마리아넬라(미아 마에스트로)라는 여인을 만난 아투로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결혼에 실패한 경력이 있는 마리아넬라는 아투로와의 만남을 두려워하지만 그의 트럼펫 연주를 들은 뒤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 결혼한 두 사람은 행복한 살림을 꾸리지만 생활이 그리 순탄치 않다. 쿠바 정부의 억압적인 정책은 음악인 아투로의 삶을 가로막는 것. 아투로는 미국으로 향할 결심을 굳히고 가족들을 설득한다.■ Review “재즈를 듣는 행위에도 철학은 내재되어 있다. 면도칼에도 철학은 있는 것처럼.” 어느 소설가는 이런 문장을 남긴 적 있다. <리빙 하바나>는 온전하게 재즈를 위한 영화다. 쿠바 출신의 연주자는 신들린 듯 음악을 연주하고, 여인과 사랑을 나누며 영원한 자유를 손에 쥐려 한다. 그런데 그에게 조국이 장벽으로 다가온다. 음악인은 탈출을 꿈꾼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우리가 친숙한 <백야>와 닮은꼴을 취하기 시작한다. <리빙 하바나>는 아투로 산도발이라는 이의 전기영화이기도 하다. 만약 이 사람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는 더 흥미로울 터다. 아투로 산도발은 쿠바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로 특유의 리듬감, 폭넓은 음역을 자랑하는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뒤 미국 음악계에서 신화적 존재로 인정받았다.
<리빙 하바나>는 할리우드가 선호할 만한 여러 사항을 고루 갖춘다. 음악영화면서 가족드라마의 구색까지 겸비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아투로 산도발이라는 음악인의 삶을 되짚어간다. 그는 조국 쿠바를 사랑하지만 더이상 활동적인 연주를 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환경은 열악하고, 정부 간섭은 음악인의 숨통을 조인다. 여기서 그는 딜레마를 만난다. 첫째는 가족 내부의 갈등이다. 아내는 쿠바혁명을 지지하면서 정책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의 입장을 표한다. 음악적 열정과 조국애 사이의 갈등도 있다. 공연마다 정부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자 그는 국외 망명을 계획하게 된다.
조셉 사젠트 감독은 주로 TV드라마와 시리즈물을 연출했던 인물로 <리빙 하바나> 역시 대중적인 감각으로 포장해놓았다. 실존하는 음악인에 관한 지식이 전무해도, 가족과 조국, 그리고 음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하는 인물의 이야기엔 공감가는 구석이 있을 터다. 게다가 음악가는 가족 중 일부는 쿠바에 남겨놓은 채 국외로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야 하는 처지다. 이건 거의 신파다. “연주할 때 내 가슴에 손을 얹어봐. 그럼 진심을 알게 될 거야.” 영화 속 트럼펫 연주자는 연인에게 말한다. <리빙 하바나>는 굉장한 영화는 아니지만 음악이 무척 근사하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sozinh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