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가 폐지된 이후 오랜만에 <씨네21> 독자들과 대면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글(<씨네21> 1198호 포커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반론이다. 독자들의 피로감을 높이는 것 같아 무척 죄송하지만, 반론하지 않을 수도 없어 난감하다.
한국영화산업불공정행위모니터링신고센터(이하 모니터링센터, 대표 최현용)와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이하 전략센터, 대표 박양우·이춘연, 박양우는 지난 3월 8일 대표직을 사임했다.-편집자)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소위 ‘동반성장’이라는 모토 아래 CJ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용인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에 전략센터의 대표였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하에서는 안철수·도종환 법안(이하 안도법안)이 절대로 통과될 수 없”을 것이므로 박양우 장관 후보 자격에 문제 있다는 것이 박경신 주장의 핵심이다.
박경신의 글은 무엇보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근거로 비판이 아니라 비난을 하고 있다. 모니터링센터는 2012년 한국영화 동반성장이행 협약을 근거로 협약의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2013년 11월 설립해 2013~15년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간했다. 당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협약의 주체들이 모니터링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논의 과정에서 합의 사항으로 최현용에게 모니터링센터 운영을 요청한 것이 사실이다. 본인은 당시 여러 번 센터 운영을 고사했다. 또한 당시 영진위의 요청에 따라 센터의 명칭과 사업 지원 형태가 결정되었다. “모니터링센터는 향후 영진위로부터 모니터링 사업에 대해 1억4400만원을 받기 위해 급조된 사업 조직”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보고서의 근거가 되는 로데이터를 발주자인 영진위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 역시 허위다. 모니터링센터 사업은 일반 용역이나 위탁사업이 아니라 민간경상보조사업이었다. 또한 지원 사항 및 제출 서류 역시 영진위와 모니터링센터간 계약에 따라 규정되었으며, 모니터링센터는 영진위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모니터링센터 사업의 모든 결과물은 모니터링센터의 저작물이며, 이에 대한 공적인 활용을 영진위에 허락한 사항인데, 이를 “발주자”가 “환수”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할 따름이다. 심지어 영진위조차도 모니터링센터에서 2013년부터 3개년 동안 한국영화 동반성장이행협약 내용에 대한 연간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그러던 중, 2016년 영화발전기금사업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모니터링 관련 민간경상보조사업이 전액 삭감됨에 따라(전액 삭감된 사유는 2015년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한 “민간경상보조사업 자체 평가 결과(영진위 직접 수행 검토 의견 제시)”에서 기인) “2016년부터는 영진위에서 모니터링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2016년 <한국영화 동반성장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 영진위)고 밝히고 있다. 오히려 “‘블랙리스트’의 서슬이 시퍼렇던 2015년 당시”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최현용이 활동한 모니터링 사업이 어떻게 평가됐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시 모니터링센터는 공개된 모니터링 보고서 외 협약에 참가한 영진위와 영화제작가협회를 포함한 단체 및 기업들에 공개한 내부 자료를 작성한 바 있다. 대기업 극장과 배급사간의 상영 현황을 배급사별로 구분한 것이다. 특정 극장이 특정 배급사에 개봉 스크린수, 상영 회차, 관객수, 매출액, 예매 일수, 최소 상영 준수율, 온관 상영회차, 무료 초대권 발권율을 어떻게 배분했는지 확인한 데이터다(표참조, K는 한국 배급사, F는 할리우드 직배사, B는 나머지 배급사).
3개년간의 데이터는 박경신이 주장하는 “서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모든 조건에서 3개 극장 공통으로 최고 대우를 받은 배급사는 쇼박스라는 점 등이 단적인 예다.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계열사 밀어주기, 즉 “CJ, 롯데 등은 상영 배급의 동시과점을 통해 배급부문 전체를 약탈하고 자신들이 97%를 점유한 상영관을 배불리는 ‘업계표준’ 전략으로 비계열사 배급사들의 이윤을 압착하고 이들을 도태시켜왔다”는 서사의 구체적인 양태가 “대형 투자-배급-상영 기업간 전략적 선택에 따른 담합 구조”임을 말한 것이 최현용의 주장이다. 이를 근거로 계열분리라는 대안 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을 따름이다. 이러한 사실과 주장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비난으로 일관한 것이 박경신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입장의 단체를 이끌어온 박양우 문체부 장관하에서는 안도법안이 절대로 통과될 수 없다”라는 주장과 관련해, 소위 안도법안의 발의 당사자인 도종환 의원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한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발의한 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한 무능력을 묻는 것이 먼저 아닐까. 가장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통과되지 못한 법안의 통과 여부를 타인 때문에 안 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이런 주장은 법안 개정의 권능을 가진 국회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소위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가 왜 법안 문제를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하는지, 왜 도종환 장관 시절에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희생양으로 삼기보다는 설득이 먼저고, 설득을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