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이 위기라고들 한다. 발매되는 신곡 개수로 따지면 분명 설득력 있는 말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까지 포함해 최신 곡의 대다수는 싱어송라이터 팝, 알앤비, 힙합, 그도 아니면 일렉트로닉 댄스다. 히트곡으로 한정하면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 여전히 록 시장이 한국보다 훨씬 큰 미국에서도 록이 빌보드 차트 10위 안에 드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로큰롤 라디오는 새 앨범 소개 글에서 시시포스 신화를 인용한다. 시시포스는 산 위로 돌을 밀어올리고 굴러떨어지면 다시 올리는 공허한 일을 반복하는 인물이다. 밴드는 <Sisyphe>라는 곡을 삽입하고 “음반 주제가 가장 잘 담긴 곡”이라고 말했다. 밴드는 최근에 “음악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를 자문할 정도로 회의감이 컸다고 한다. 물론 록이 위기라서가 아니라 내부적 권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시시포스를 언급한 걸 듣는 순간 한국 록 신의 어려움이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발표된 음악의 퀄리티로 따졌을 때 록은 절대 위기가 아니다. 이 앨범의 완성도만 봐도 록이 지금보다는 나았던 2013년 1집보다 더욱 성숙했다. 훌륭한 연주와 뛰어난 사운드는 물론이고 성장통 끝에 도달한 음악적 발전 덕분에 메시지와 편곡 면에서 더 나은 깊이와 다양함을 뽐낸다. 평론가들은 벌써 이 앨범을 상반기 명반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한숨과 함께 눌러둔 ‘록 부심’이 깨어나게 만드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