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을 더 흔들리면 안 흔들리는 어른이 될까. 어른이 되고도 알 수 없는 그 답은, 10대에는 아득한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난하면 인생을 멀리 내다보고 눈앞의 이득에 급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가난한 사람 탓하기는 참 쉽지 싶다.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의 목소리가 문을 넘는 집 현관문 앞에 언니와 함께 우두커니 선 어린 미숙의 모습을 따라 <올해의 미숙>은 차분히 걸어간다. 동생 앞에서 차분하게 대응하는 언니는 불안과 두려움을 스스로의 몸을 꼬집으며 이겨내려고 하고, 그게 보이지 않던 동생이 그 뜻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다. 미숙은 학교에서 ‘미숙아’라고 놀림받는데, 독자가 화를 내는 동안 정작 미숙이 그 별명에 너무 익숙해 있어서 더 울화통이 터진다. 장미숙의 성장을 지켜보는 울적함 사이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도 하나 다를 것 없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난한 이들의 풍경.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올해의 미숙> 등을 보고 걷는 사람들
글
이다혜
2019-03-25
<올해의 미숙> 정원 지음 / 창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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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등을 보고 걷는 사람들 <올해의 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