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작가 스탠 리와 마블에 의해 탄생한, 마블 코믹스의 대명사 스파이더맨이 1억3900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되돌아왔다.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빠른 액션에 10대의 성장이야기를 버무린 <스파이더맨>은 <스타워즈><맨인 블랙> 등으로 이어질 여름 대작영화 가운데 첫번째 타자다.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과학에 뛰어나지만, 학교에선 언제나 왕따 신세. 옆집의 엠제이(커스틴 던스트)를 좋아하지만, 말 한번 못 건네본다. 어느날 견학간 거미연구소에서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린 피터에게 신비한 힘이 생긴다. 피터는 자신의 힘에 득의양양하며 과시하려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삼촌이 죽기 전에 남긴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일에 나선다. 그에겐 악당 그린 고블린이라는 맞수가 있다. 영화에서 쉴새없이 뉴욕 고층빌딩을 손에서 나오는 거미줄만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멋진 볼거리다. <이블 데드>의 샘 레이미 감독은, 비교적 탄탄한 드라마에 만화적 색채감과 아찔한 고공액션을 보여주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사람들의 영웅에 대한 이중적 심리, 제멋대로 영웅을 죽이고 살리는 언론의 모습 등 곁가지 이야기도 재미있다.문제는 악당이다. 슈퍼영웅이 등장하는 영화가 성공하려면 악당의 캐릭터를 잘 설정해야 한다. 이중적 성격을 지닌 피터 친구의 아버지 노만 박사(윌렘 데포)는 매력적이지만, 그가 악마적 모습을 극단화한 고블린으로 변해버리면서 영화는 좀 뜬금없어진다. 내달 3일 전세계 동시개봉.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