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의 이모티콘은 우리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언어의 반열에 올랐다. 2G폰 시절에 탄생한 ‘ㅇㅇ’이나 ‘ㅋㅋㅋ’가 사전에 등재될 날이 올지는 모르겠으나, 사전의 그 어떤 단어 이상으로 많이 쓰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다음에는 그 자리를 각 기업의 메신저 플랫폼 이모티콘이 위협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 길게 말해 무엇하랴, 카카오톡 캐릭터 라이언이 없었다면 우리는 채팅방을 떠도는 날카로운 말들 때문에 더 많이 상처받고 더 많이 싸웠으리라. 라이언은 누군가와의 대화 중에 나 대신 울어주고 사랑해주고 가끔 출근해서 일도 해주고 과음하거나 심지어 멍 때리는 것까지도 절실하게 또 적확하게 해주는 터라, 그가 실은 해당 기업 총수를 모델로 삼았다거나 실은 탈모 캐릭터라거나 하는 온갖 구설에 오르내려도 그 신뢰가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책 소개가 아니라 라이언에 대한 상찬을 먼저 늘어놓는 이유는 이 말에 공감한다면 이 책을 붙들자마자 후루룩 한눈에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결코 내려놓을 수 없을 거라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다. 라이언이 네 다리를 쭉 뻗은 스트레칭 자세로 바다에 드러누워 그 옆에 뒹구는 털실 뭉치 이모티콘을 그려 넣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야. (중략) 나 지금 내 마음을 돌보는 중이야”라고 하거나, 혹은 오십견을 견디는 마사지 포즈의 이모티콘 옆에 “우주만큼 아파도”란 제목의 글을 실어 “내 몫의 상처는 내가 쓰다듬을게”라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어찌 책장 넘기기를 게을리하겠는가 말이다. 지은이 전승환은 <나에게 고맙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등의 저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세상의 어여쁜 메시지들을 모아 소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라이언이라는 캐릭터 이모티콘과 짧은 글귀를 엮은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는 온갖 말이 오가는 단톡방의 무게에 지칠 때 잠시 나와의 채팅을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다.
당신의 오늘을 묻다
사람의 표정은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지금 우리가 보이는 미소는 누군가를 살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친절한 인사로 안부를 묻는 것이 누군가를 둥글둥글한 삶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1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