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유명 푸드기업의 직원 아케미는 한계에 다다랐다. 마지막 휴일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일에 치여 살아가고 있는 그는, 몸과 마음을 다친 채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서라도 출근을 멈추고 싶다고 생각한 어느 날, 누군가 아케미를 부른다. 무표정하고 키가 큰, 단발머리의 주스가게 여자. 그는 아케미에게 스무디를 건네며 마셔보라고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여자가 만든 스무디를 마시며 아케미의 일상엔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는 일본 작가 유즈키 아사코의 대표작 ’앗코짱 시리즈’의 속편이다. 퉁명스럽고 황당무계하며 제멋대로지만 특유의 오지랖과 상상력으로 위기에 처한 여자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앗코씨는, 살면서 한번쯤은 만나 조언을 듣고 싶은 매력적인 여성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출간된 ‘앗코짱 시리즈’의 전편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는 2015년 <런치의 앗코짱>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제작돼 일본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는 특히 아직 커리어와 삶이 안정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과 젊은 직장 여성들의 심리묘사에 주목한다. 이들은 상사의 강압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거나, 노련한 선배들 앞에서 주눅들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잃고 헤맨다. 불투명했던 이들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서프라이즈’한 존재는 현대인들의 단조로운 삶에 색채감을 불어넣는 상상력의 역할과 아주 작은 일상의 변화가 유발하는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설계의 셰프’라는 작가의 별명답게 에피소드마다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음식 묘사가 인상적이다.
별것 아니고 사소한
사람의 일생을 늘리는 것도 줄이는 것도 그런 별것 아닌, 한심하고, 사소하고, 없어도 아무도 곤란해하지 않을 것들이지.(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