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만화 <반경 3미터의 카오스>를 쓴 가마타미와 작가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할인매대의 물건을 별 생각 없이 잠깐 구경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어머 싸기도 하지! 이거 저번에 봤을 때는 정가였어요. 대박!”이라며 호들갑을 떨더니 그대로 가버린다. 자기는 안 사고? 재미있는 사람과 만난 일을 잊기 아쉬워 매일 일기를 썼고, 그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코믹 에세이로 그렸다. 읽다 보면 나도 본 적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가게 직원인데 아무리 봐도 내가 산 물건이 안 들어갈 크기의 봉투를 꺼내 꾸역꾸역 넣으려다 실패하고 내 눈치를 흘끗 본다든지 맥락 없이 친근한 척하면서 음담패설을 속닥이는 모르는 중년 남성이라든지. 쇼핑, 일상, 체육관, 여행 등 11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 유난히 조심한다는 일본사람들 이야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때로 웃기고 때로 이상하고 때로 기가 막힌다.
에세이를 만화로 그린 듯한, 그러니까 픽션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한 일을 만화로 옮긴 작품들을 일본에서는 ‘코믹 에세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한권으로 완결되며, 여행, 요가, 연애, 미식, 우정 등 다양한 소재가 한권의 책에 글과 그림으로 엮인다. 관심사가 작가와 비슷하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고, 그게 아니면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반경 3미터의 카오스>에는 시시때때로 말을 걸어오는 낯선 사람들(신고 있는 스타킹을 벗어서 팔아달라는 사람도 있다)을 불쾌하게 기억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소소한 여행 정보도 있다. 기간 한정으로 수국철에 운영하는 ‘밤의 수국열차’를 탔다가 차장이 방송으로 노래하는 걸 들은 에피소드라든지 온천 여행, 타이베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 가마타미와라는 필명은 작가가 10년 전에 살던 지역 이름인 가마타에서 빌려와 지었다.
말 걸기
왠지 길을 묻기 쉬운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도 그런 타입인지 모르는 사람이 곧잘 말을 걸어옵니다.(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