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필름즈 대표인 제작자 크리스틴 바숑은 지난 10여년간 <키즈><벨벳 골드마인><소년은 울지 않는다> 등 만드는 작품마다 미국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주영화제에서 자신의 특별전이 열리는데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 28일 만났다. 사실 바숑이 토드 헤인즈 감독의 <포이즌>(1991)을 제작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독립영화는 “감독과 친구들, 한대의 카메라가 전부”인 상황이었다. 그는 “예산규모에선 비교가 안 되지만 메이저영화의 제작방식, 사운드 등을 도입해 실험적 영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 동창인 헤인즈와 함께 어페라투스 영화사를 설립한다.정부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일부 받은 <포이즌>은 당시 미국 가족협의회 회장이 의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이 게이 포르노영화 제작에 바쳐졌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편지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커다란 논쟁을 일으켰다. 또 <키즈>(95)는 영화에 표현된 뉴욕 10대들의 성생활 때문에 격렬한 토론을 불러왔고, 킬러 필름즈로 영화사 이름을 바꾼 뒤 만든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0)는 마침내 오스카 트로피(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다. 그러면 바숑은 10년 넘게 독립영화 제작만으로 어떻게 버틸수 있었을까. 그는 “`안된다'고 사람들이 거절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제작한 영화들엔 모두 전쟁같은 뒷이야기가 있다. <소년은…>은 제작비를 모으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비교적 스타들의 캐스팅은 쉬워졌다. 킬러 필름즈는 현재 줄리언 무어·데니스 퀘이드가 출연하는 <파 프롬 헤븐>과 맥컬리 컬킨 주연의 <파티 몬스터>를 촬영중이다. 바숑은 “형편없는 대작영화에 출연하면 그 다음엔 독립영화를 택해 죄책감을 면해보려는 스타들도 늘어났다”고 웃지만, 독립영화가 미국에서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되어버렸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술영화관 감소 등 독립영화의 유통·배급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흑인·동성애·여성 채널처럼 전문화·세분화한 유선방송국의 증가와 영화완성이 간편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독립영화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고 그는 말했다. “할리우드에선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정신의 영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독립영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비전을 주는 제작방식을 보여주는 역할”을 자임하는 바숑은 `미국 독립영화의 대모'다. 전주/글·사진 김영희 기자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