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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열정의 배신> 실력 쌓기, 그것이 최우선이다
이다혜 2019-03-11

<열정의 배신> 칼 뉴포트 지음 / 부키 펴냄

열정을 따르지 마라. <열정의 배신>을 쓴 칼 뉴포트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만드는 문제에 관한 한 열정을 따르라는 건 별로 쓸모 있는 조언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제대로 일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열정의 배신>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면, “일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실력이 갖춰질 때까지요. 그 기간이 가장 힘든 단계죠”.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라디오 진행자 아이라 글래스인데, 자신의 말에 학생들이 얼굴을 굳히자 이렇게 첨언한다. “제가 보기에 여러분의 문제는, 직접 해보기도 전에 모든 일을 미리 판단하려 든다는 거예요.” 최종적으로 어떤 일을 좋아하게 될지 ‘하기 전에’ 예측할 순 없다. 현대사회에서는 일에 대한 정의 역시 단순하지 않다.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 예일대학교 조직행동학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직업은 돈을 버는 수단, 커리어는 더 나은 일을 향하는 과정, 천직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자 정체성의 필수 요소로서의 일이다. 그리고 조사 결과, 같은 직군이라 해도 자신의 일을 직업, 커리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거의 비슷했고, “가장 행복하고 열정적인 직원들은 열정을 따른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충분히 능숙해질 만큼 오래 일한 사람들이었”다. 더불어 열정은 실력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할 일을 처음 정하는 단계에서 어디에 열정을 느끼는지를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는 설명이다. <열정의 배신>이 주장하는 장인처럼 일하라(고민을 멈추고 실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라)는 조언에도 문제는 있다. 희소하고 가치 있는 능력으로 자신을 차별화하기 거의 불가능한 직업, 정말 싫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직업, 쓸모없거나 세상에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주로 해야 하는 직업에서는 장인의 마음으로 실력을 쌓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열정론이 인기를 얻은 것은 그것이 진짜여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느끼기 어려운 일을 참고 하느라 지쳐서일 것이다. 이 책에서 장인처럼 일하는 예시로 스타 라디오 진행자, 유명한 방송작가, 뛰어난 기타리스트가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상은 그런 직업을 가진 소수의 스타들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열정의 배신>의 주장은 흥미롭다. 제대로 일하는 것이 좋은 직업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미국의 대학교수인 백인 남성이고, 현대의 수많은 사무직 종사자들은 기계로 대체될 운명을 근심하고 있다는 점이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살짝 무시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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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쌓기, 그것이 최우선이다 <열정의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