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막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겨울 끝자락의 꽤 괜찮은 하루였다. 한낮에는 매주 참여하는 팟캐스트 공개방송 일정이 있었다. 방송을 진행한 장소는 망원동에 새로 문을 연 편집매장 ‘썸원라이프’(Someone Life).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싱어송라이터 서사무엘이 걸어 들어왔다. 김강민 디렉터가 서사무엘의 스타일리스트로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들른 것이다. 매장 바닥, 즉 객석에 앉아 있던 그를 즉흥적으로 방송에 초대했다. 전날 막 새 싱글을 냈다는 그는 3월에 열릴 콘서트를 준비하며 즐겁게 지낸다고 했다. 싱글 음반 제목은 《I Hate Holidays》(2019)였다.
재즈 색이 듬뿍 묻은 지난 음반 《UNITY》를 열성적으로 들었다. 팟캐스트 녹음을 마친 오후 어정쩡한 시간, 생경한 동네 한복판에 있으려니 사무실로 들어가서 밀린 일을 하기가 싫어졌다. 조금 낯선 망원동 주택가를 나와서 느리게 걸으며 ‘주말이 싫다’는 가사를 만끽했다. 서사무엘의 음색과 작곡 능력을 무척 좋아하지만 그의 음악에 빠진 이유는 확실히 ‘가사’ 때문이다. ‘늘 가던 곳이 사람들로 꽉 차는 게 싫어/ 늘 조용하던 곳이 시끄러워지는 게 싫어’로 시작해 ‘쉬는 날이 되면 행복한 척하는 게 난 너무 싫어/ 한숨을 돌릴 만하면 일정이 뜨는 전화가 싫어’로 이어지는 가사를 담담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최근 일독에 빠진 나로서는 격하게 공감했다. 원뜻과 조금 다른 의미인 듯하지만, 음악이란 게 원래 그런 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