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ry A Friend》가 처음 나왔을 때 ‘이런 곡이 될까?’ 싶었다. 개인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을 좋아해 웬만큼 실험적인 곡들엔 익숙해졌는데도 휑할 정도의 심플함과 섬뜩한 가사를 팝 장르 아티스트가 들고 나오니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빌리 아일리시는 최근 실험적 방향으로 음악 노선을 틀었지만 《Bury A Friend》는 그중에서도 가장 멀리까지 나갔다. 빌보드 성적을 보면 이 노래가 얼마나 대중성이 결여돼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Bury A Friend》는 라디오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라디오 송스’, ‘팝 송스’ 차트에서 순위에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라디오 선곡은 러닝타임, 멜로디 훅, 보컬 유무 등을 민감하게 따지기 때문에 비교적 보수적인 대중성 지표에 해당한다. 그 기준으로 볼 때 《Bury A Friend》는 낙제에 가까운 성적이다. 그런데도 《Bury A Friend》는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곡 중 하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음악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 톱5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막강한 디지털 화력 덕에 라디오 플레이 점수가 낮음에도 빌보드 핫100 14위까지 올라갔다. 대중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노래가 대중성의 지표인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니, 이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대중성의 기준은 달라지고 있으며 기존 평가지표들은 때때로 이걸 놓치기도 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바뀌어 히트의 방식과 조건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