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 겐지는 교토의 작은 서점 가케쇼보를 열었고, 2015년부터는 호호호좌라는 이름의 ‘책이 아주 많은 선물가게’에서 책을 팔고 있다. <서점의 일생>은 야마시타 겐지가 쓴 에세이로 ‘일생’이라는 말에 걸맞게 개업과 폐업, 새로운 도전을 아우른다. 서점 아르바이트, 잡지 창간과 판매 관련 일을 한 건 물론, ‘성인물을 만드는 청년’이라는 챕터를 보면 성인물 모델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항상 사진 촬영을 하던 남자배우에게 일이 생겨 편집자인 자신이 모델을 한 경험 이후 아예 서양 어덜트 편집부로 이동해 근무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니 회사가 숯검댕이 되어 있었다. 가끔 회사 가기 싫을 때 ‘아, 갑자기 회사가 없어져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했는데 그날 출근하니 그것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건물 전체가 홀랑 다 타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누가 불을 지른 것 같다. 당시에 출판사 괴롭히기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는 편집실에 온통 똥칠을 해놓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포르노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친구와 잡지를 만들기 위해 만든 팀명 ‘가케쇼보’(일본어로 가케는 절벽, 쇼보는 책방이라는 뜻이다)를 다시 떠올렸다. 하지만 바로 가케쇼보가 탄생한 것은 아니다. 다음에는 인쇄공으로 일했고, 그다음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 문제 해답집(할부로 총액이 100만엔 정도 하는)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서점의 일생>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경험한 책의 세계가 비단 독자나 서점 주인의 경험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사기꾼들이 팔고, 어떤 책은 경력에 포함시키기 싫은 성격이며, 직장을 전전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내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고민뿐이다. 이 이야기를 한참 거쳐야 가케쇼보 이야기가, 그다음으로 호호호좌 이야기가 나온다.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인데,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참 생각하게 된다.
요즘 독립서점, 동네서점을 표방한 곳 중에는 아예 책을 많이 들여놓지 않고, 큐레이션도 없으며, 식음료 매출 중심인 곳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업황을 보면 너무나 잘 알 수 있지만, <서점의 일생>을 보면서 책이 발견될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서점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