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장소는 레코드 가게. 주인이 직원에게 귓속말로 얘기한다. “지금부터 베타 밴드의 음반 5장 팔 거야.” 그러고는 음악을 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묻는다. “이거 누구죠?” 주인이 대답한다. “베타 밴드요.” 영화를 본 독자라면 감 잡았을 것이다. 맞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의 신 중 하나다. 음악 팬들에게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는 끊임없이 회자되는 영화 텍스트다. 그들의 ‘덕후력’에 동질감을 느낀 동시에 감탄했던 사람,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거다. 레코드숍 사장을 연기한 존 쿠색은 실제 음악광이기도 한데 당시 베타 밴드의 음악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잭 블랙은 말할 것도 없다. 조연이 주연 잡아먹은 영화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꽤 많을 정도니까. 어쨌든 바로 그 앨범, 베타 밴드의 《The Three E.P.’s》 (1998)는 한동안 구하기 어려운 레어템이었다. 영화 개봉 이후 판매량이 5배 이상 늘어나는 바람에 찍어놓은 물량이 모조리 소진된 것이다. 그랬던 이 음반이 2018년 20주년을 기념해 재발매된 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축복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또 있다. 오는 3월 말 시카고에 음악 역사 관련 취재를 갈 계획인데 레클리스 레코드라는 가게에 반드시 가 볼 생각이다. 바로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챔피언십 레코드의 실제 장소다. 그곳에서는 과연 손님을 낚기 위해 어떤 음악을 틀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내 얼마든지 낚여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