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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배우 성동일 - 코믹이 전혀 없는 눈물 많은 경찰 역에 끌렸다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19-02-07

-발열조끼의 효력을 현장에 전파했다는 이야기가 자자하다.

=너무 추워서 알아봤는데 가격도 5만~6만원 정도로 생각보다 저렴하더라. 보조배터리 아무거나 써도 충전이 되고. 내가 현장에서 입은 이후 감독이며 스탭들이며 다 구입했다.

-<트랩>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패션 70’s> 때부터 인연이 있었다. 자꾸 뒷부분을 궁금하게 만들어서 1~2회 대본을 보고 하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나이를 더 먹기 전에 한번 해볼 만한 내용 같더라. 고동국 형사 캐릭터에는 코미디 요소가 전혀 없다. 진지한 코드에, 유난히 액션도 많고, 매회 눈물도 많이 흘리는 아버지이자 경찰이다.

-<탐정> 시리즈를 비롯해 형사 캐릭터가 처음은 아닌데.

=<반드시 잡는다>(2017)는 과거에 집착하는 형사, <탐정> 시리즈는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형사였다면 <트랩>에서는 지금 내가 생각지 않게 얽힌 일 때문에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매회 감정 신과 액션 신도 있다. 게다가 연쇄살인범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캐릭터의 깊이가 좀 다르다. 고동국의 가정사가 중요하게 나오고, 딸도 있고 아내도 있고 가족과 얽힌 인물도 등장하는 등 다루는 내용이 매우 복합적이다. 전과 달리 애드리브가 전혀 없이 노멀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연기에 가성과 진성이 있다면 <트랩>은 전반적으로 아주 드라이한 진성으로 연기했다.

-박신우 감독이 “성동일 배우가 유도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액션에 대한 감이 있다”고 하던데.

=액션은 절대 흥분하면 안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무술팀에 “절대 너희에게 위험한 건 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 친구들은 액션 연기가 자기들 직업이라 다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상을 입지 않는 한도 내에서 액션을 짜라고 말한다. 그렇게 적정선을 맞춰서 거의 대역 없이 웬만하면 직접 소화했다. 그동안은 입으로만 액션을 했지 전문 액션배우가 아니라서 묘사하기가 좀 어려웠지만(웃음), <트랩>의 액션에는 멋은 전혀 없다. 현실적인 액션을 많이 했다. 유도를 했다고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지는 않는다. 자기 몸을 보호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땅에 안전하게 떨어지는 법이라든가 하는.

-매사에 흥미 없는 이혼한 홀아비라는 기본 설정하에 과거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더군다나 초반에 왜 유독 강우현 사건에 몰입하는지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일반 드라마에 비해 회당 대본 분량이 30~40% 많았다. 워낙 사건이 크고 등장인물이 많아 연기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이 드라마는 반전이 아주 많다. 그래서 배역에 서서히 들어가게끔, 알고 보니 과거가 살짝 연결된 것을 발견하게끔 연기했다.

-<트랩> 현장에서 이 작품은 정말 영화처럼 찍는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감독님이 영화 하던 분이라 그런지 콘티대로 찍는 걸 원칙으로 했다. 영화 네편을 만들 분량인데, 사전에 콘티 작업을 다 하고 갔다.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현실적으로 드라마 현장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장소가 이미 인지가 되고, 미술팀·조명팀·그립팀에서 쓸 장비도 모두 정해진 상태에서 작업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

-박신우 감독에 의하면 감독이 모니터 앞을 지키기보다는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자고 말하는 스타일이라고. 실제로 <씨네21>이 취재한 53회차 촬영에서도 감독이 거의 배우들 옆에 있었다.

=다른 현장에서도 늘 그랬다. 감독이 모니터만 보는 것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들의 눈을 봤으면 좋겠다고. 리허설을 충분히 거치면서 감독이 직접 지시를 내리고 배우끼리 제대로 연기 합을 맞춰보고 촬영에 들어가자고.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뀐 이후에 한 테이크씩 더 가는 게 너무 쉬워졌는데, 그러다 보면 솔직히 배우들도 긴장이 덜 된다. 어차피 한번 더 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테이크 많이 가는 것보다 바짝 긴장해서 첫 테이크에서 오케이를 받자는 생각으로 가는 게 좋다.

-시청자들이 <트랩>을 보고 어떤 걸 얻어가면 좋겠나.

=지금까지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사건이 등장한다. 이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구나 하고 큰 충격으로 다가갈 거다. 형사물은 결국 권선징악 이야기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생기는 재미도 중요하겠지만, 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아픈 사람들, 정의의 편에 있는 사람들을 치유해주고 보듬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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