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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할매> 할머니들의 시 쓰는 삶
김소미 2019-01-30

할머니들이 시를 쓸 때 가장 애용하는 종이는 어떤 종이일까? 바로 달력이다. A4 용지를 준다고 해도 만류하고 굳이 달력 뒤편에 쓰겠다고 한다. 몸 깊숙이 밴 절약 습관이 시인이 된 뒤에도 중요한 정체성으로 남은 것이다. 영화 <시인할매>는 이렇게 할머니들의 시 쓰는 삶을 담으며 전라남도 곡성군에서 영화 <곡성>(2016)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이 모든 일은 곡성군 입면에 ‘길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주택을 개조한 작은 도서관을 지키던 김선자 관장이 자꾸만 책을 거꾸로 꽂아놓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한글 수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할머니들은 2009년부터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2016년엔 <시집살이 詩집살이>라는 책까지 냈다.

“시를 쓰라화니 생각이 안 나… (중략)… 어터캐 쓸카.” 영화는 매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도서관에 삼삼오오 모여든 할머니들의 모습을 정겹게 따라간다. 19살 무렵에 결혼을 하고 60여년 넘도록 한 마을에서 살아왔기에 서로 더없이 끈끈하고 유대감도 강하다. 그곳에서 어르신들은 시인지 일기인지 모를 사소한 일상의 신변잡기를, 전쟁과 고된 시집살이 등으로 얻은 설움과 아픔을 꾹꾹 눌러쓴다. 한편의 극장용 다큐멘터리로서 <시인할매>의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할머니 한분 한분의 얼굴, 삐뚤빼뚤 써나간 글자 한자 한자가 너무도 예쁘고 귀해 화면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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