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자란 뇌 용량을 탓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기억한다. 혹시 당신에게도 있었나. 분명 어디에선가 들어본 음악인데 도무지 제목이 떠오르지 않던 그 절망의 순간들 말이다. 그 순간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가 꾸준히 반복하여 습관화한 행동 하나가 있다. 바로 기억이 희미하다 싶으면 조금 귀찮더라도, 스마트폰 앱을 일단 들이대고 보는 거다. 이 최신 테크놀로지를 통해 내 안에서 구원받은 노래의 리스트는 무진장인데 그중 최근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때는 2019년 1월 8일 밤. 방송 준비를 위해 그간 스마트폰으로 들이대본 곡들의 목록을 쭉 살펴봤다. 다행히 대부분 내가 ‘왜’ 들이댔는지 기억이 났다. 한데 딱 한곡, 데스 캡 포 큐티의 <Gold Rush>라는 곡을 도대체 내가 언제 찾아본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일단 곡을 플레이해봤다. 과연, 들이댈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던 록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 곡은 한마디로 깔끔하다. 만듦새는 맵시 있고, 멜로디는 귀에 착착 감긴다. 이 정도면 백종원급이다 싶을 정도로 소리의 감칠맛이 보통을 훌쩍 넘는다. 그러던 와중 벼락처럼 기억이 돌아왔다. 기적이 뭐 별건가. 이런 게 바로 기적이다. “맞다! 이 곡, 축구 게임 <피파19>를 하다가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곧장 스마트폰을 들이대 찾았던 거지.” 맹세컨대, 내 평생 사람한테 함부로 들이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오직 음악에만 들이대는 이 삶이 과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