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으로 탐구해 실용적 결실을 얻는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과 법학자 솔 레브모어가 노화라는 ‘생의 지속’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함께 책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을 썼다. 키케로의 <나이듦에 관하여>의 형식을 차용하면서 변화시켜 60대에 들어선 두 친구의 대화형식을 의도했는데, 한 주제에 대한 두 사람 각자의 의견을 읽을 수 있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나이듦과 우정, 나이 들어가는 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지난날을 돌아보며, 리어왕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적절한 은퇴 시기를 생각한다, 중년 이후의 사랑, 노년의 빈곤과 불평등에 관하여,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차례로 논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의 ‘무엇을 남길 것인가’는 이타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데, 앞의 논의들에서도 이타성에 대한 높은 평가를 엿볼 수 있다.
나이듦을 긍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왔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됐다. 나이 들어 좋아지는 건 하나도 없다. 이타성을 강조하는 것은 후손, 사회를 위한 가치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나이듦에는 필연적으로 불행이 따라옵니다”라고 마사 누스바움은 딱 잘라 말했다. 불행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데, 유머, 이해, 사랑은 필연적으로 따라오지 않는다고도. 이런 긍정적인 가치를 노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누스바움은 우정이라고 봤다. 나이를 먹어도 젊을 때와 다르지 않은 데다가 포기할 필요도 없는 삶의 기쁨 중 하나는 우정이다. 솔 레브모어 역시 여기에 공감한다. 친구는 노력한다고 사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성격과 환경의 산물이다. 단순히 좋은 사람에게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다. 친밀한 사이에서만 나누는 내부자 정보(대체로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 같은 요소, 즉 도덕이 아닌 재미야말로 많은 경우 우정의 윤활유가 된다. “일상적인 우정의 경험이란 뒷담화, 추측을 통한 이해, 내밀한 농담, 고통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기술”(마사 누스바움)이다.
중산층 이상이 이용하는 더빌리지라는 실버타운의 경우도 언급된다. 그런데 역시 노년을 ‘향유’하는 문제를 논하려면 향유할 재산이 필요하며, 노인 빈곤층을 다루는 7장이야말로 이 책에서 중요해 보인다. 이타성은 대체로 자족적인 삶에서 더 강하게 발현되는 법이다. 노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기주의를 근심해야 하는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이 책이 가장 추상적으로 다루는 부분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해결책이 없다. 그러고 보면 미국에서 존경받는 석학들만큼 사회적 빈곤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