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두 시간의 짧은 비행, 기내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설명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으로 조원선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롤러코스터 음반을 한창 자주 들었을 때는 아이폰도, 아이팟도 아닌 소니의 MD 플레이어 시절이었다. 이름을 검색해 나타난 재생 목록을 비행기 출발 직전 서둘러 내려받았다. <그녀 이야기> <어느 하루> <너에게 보내는 노래> <습관> 등 1집부터 4집까지 수백번은 들었을 음악을 이어서 들으니, 그 노래들을 듣던 20대 시절 만난 사람과 다닌 동네가 어슴푸레 떠올랐다. 그리고 5집 《Triangle》이 나타났다. 조원선의 허밍으로 시작하는 <Triangle>부터 <숨길 수 없어요>와 <아무도 모른다>처럼 이상순의 기타 선율과 지누의 베이스가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과 어울리는 곡들을 10년 넘는 세월 동안 들었다. 4집까지는 여전히 익숙한데 5집부터는 당시 취향이 바뀌었던 것일까. <After the Tone>처럼 처음 듣는 노래도 있었다. 이 음반 하나를 남의 나라 도시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연말의 끝자락을 접는 2018년 12월 내내 들었다.
좋은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종종 생각했다. 오늘은 거기에 하나를 덧붙인다. 좋은 음악이란 시대가 바뀌고 내가 변하면서 새로운 감정을 일으킨다. 한살 더 먹은 나이와 오래전 변한 앞자리 숫자에 맞춰서, 그때는 그랬다면서 다시 지금의 노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