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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청년꿈키움 단편영화 상영회③] 멘토로 나선 한국과 베트남 감독 4인 대담 - 팜 당 디, 윙 황 지엡, 찐 딩 레 밍, 민용근
송경원 2018-12-27

단편은 점이 아니고 선, 지속 가능한 감독들이 많아지기를

팜 당 디·민용근·윙 황 지엡·찐 딩 레 밍 감독(왼쪽부터).

이번 상영회에서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다. <SWEET, SALTY>의 멘토로 활약한 팜 당 디 감독, <THE BACKPACK>의 멘토 윙 황 지엡 감독, <BLESSED LAND>의 멘토 찐 딩 레 밍 감독과 한국의 민용근 감독이 한자리에 모여 양국의 단편영화에 대한 심도 싶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리한 통찰과 날카로운 의견들이 오간 대화의 장 분위기를 전한다. 아마도 베트남영화계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팜 당 디_ 단편영화를 장편의 입문단계 정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둘은 서로 다른 형식이다. 1990년 <꿈>을 찍은 후 단편을 찍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처럼 장편을 만들고 난 뒤에도 얼마든지 야심찬 단편을 찍을 수 있다. 오히려 단편이 작가의 역량과 예술적인 지향을 표현하기 적합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아쉽게도 아직 베트남에서는 1년에 단편영화가 100여편 밖에 제작되지 못한다. 찍고 나서도 이를 소개할 플랫폼이나 매체가 부족하다.

민용근_ 한국에서는 1년에 대략 1천편 정도가 만들어진다. 대학 영화과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한편으론 국가인권위원회처럼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제작되는 경우도 있다. 단편은 장편이 담지 못하는 형식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또 다른 표현의 장이다.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여러 단편영화제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형성됐다. 단편의 주목도가 높아지면 영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창작자들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가 생긴다. 시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베트남에도 저변 확대를 위한 영화제들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후원도 필요하지만 독립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윙 황 지엡_ 오늘 이런 자리가 있어 희망이 생긴다. 장편을 만들어야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는데 좋은 단편영화라면 이렇게 많은 관객과 만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다. 영화제는 그런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다. 베트남에서 단편을 만든다는 건 사실 투쟁에 가까운 작업이다. 열정이 있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본인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첫 단편은 내게 악몽이었다. 내가 만든 게 이렇게 재미없고 끔찍했나 싶어 한동안 영화를 만들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자신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전쟁 중이다. 그런 투쟁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남성 중심적으로 사안을 판단하는 영화인들, 편협한 분위기도 나의 투쟁 대상이다. 솔직히 이번 영화 심사를 하면서 여성감독이 더 많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겐 좀더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

찐 딩 레 밍_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결국 영화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업이고 단편은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번에 한국 단편들을 보니 일상적인 이야기에 주목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에 반해 베트남의 단편영화들은 좀더 추상적이거나 형식적인 실험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단편은 하나의 작품으로 독립되기보다는 감독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연작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심사를 할 때 전작이 무엇이었는지도 함께 고려했다. 점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져나가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윙 황 지엡_ 베트남 여성감독들이 여성들만을 위한 이야기를 한다고 지적하는 감독들도 있다. 나는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한 계속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그릴 것이다. 우리는 부자가 되거나 돈을 벌려는 게 아니다. 오직 영화의 가능성을 믿고,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이 자리에 섰다. 단편영화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곳, 차별받는 곳에서부터 시작해 균열을 일으켜야 하고,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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