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와 아주 근소한 차이로 6위에 오른 홍상수 감독의 <클레어의 카메라>는 도리어 평자들의 꾸준한 홍상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현재 나는 예술과 사랑이 삶에 가져오는 좋은 변화를 믿고 있다’는 홍상수의 전언”(김혜리)이라 할 만한 이 영화는 “홍상수 영화 세계에서, 감독의 완벽한 통제를 벗어나 영화에 비밀을 더하는 주체로서 김민희의 역할에 주목하게 만든다”.(김혜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홍상수의 카메라”(홍수정)는 “다른 사람이 들여다보기만 하는 길을 직접 들어가본다”.(이지현) 7위는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에 돌아갔다. “한국 독립영화 장편 특유의 과장된 위악과 선동성 그리고 억울함을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모든 인물에게 꼼꼼한 이해심을 보여주는”(듀나) 이 영화는 한국 독립영화의 악습관을 영리하게 피해가면서도 “학교라는 소우주로 대변된 이 광기 어린 풍경이 어떤식으로든 우리 세계의 일부로 깊게 새겨져 있다”(김소미)라는 걸 환기시킨다. 8위를 차지한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단순한 장르물이나 회고담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대한 발언력을 지니고 있는 영화”(황진미)라는 점이 선정의 변으로 제시됐다.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9위로 꼽혔다. “잊혀진 도시 군산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역사와 시간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홍은애)으로 “공간의 경계를 넘어, 시간을 유랑하기 시작한 장률의 행보를 마음 놓고 긍정하게 만든다”.(김소미) 10위에는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와 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가 공동선정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일찍이 본 적 없는, ‘쓸쓸하지만 호방한’ 여성주의적 상상”(황진미)을 선보인 <소공녀>가 다수의 평자들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데 반해 <천당의 밤과 안개>는 숫자는 적었지만 상위권으로 꼽은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순위에 올랐다. “예의를 다하는 이들의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가 세상을 보고 있는지 세상이 카메라를 보고 있는지 모를 순간이 무심히 열리는”(홍은미) 영화라는 평이다. 한국영화의 다양성과 활력이 점점 줄어간다는 아쉬운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현실과 치열하게 대화하는 영화들은 면면히 이어진다.
한국영화 10선
01. <버닝> 02. <살아남은 아이> 03. <1987> 04. <풀잎들> 05. <공동정범> 06. <클레어의 카메라> 07. <죄 많은 소녀> 08. <공작> 09.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10. <소공녀> <천당의 밤과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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