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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목격한 중국영화의 현재와 미래
장영엽 2018-12-06

중국영화는 어떤 꿈을 꾸는가

“위챗페이는 안 쓰세요?” 베이징 출장 기간 내내 같은 질문을 들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물건을 사거나 밥을 먹고 신용카드를 내밀면, 점주들은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등의 모바일 결제 수단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물어본다. 신용카드밖에 없다고 하면, 이런 경우가 오랜만이라는 듯 어디선가 먼지 쌓인 단말기를 들고 와 결제를 진행한다. 단말기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며 입장을 거부한 곳도 적지 않았으니까. ‘중국에서는 노숙자도 QR 코드로 구걸한다’는 뉴스의 한 구절을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신용카드와 현금이 원활하게 통용되지 않는 베이징의 풍경을 상상할 수 없었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베이징 현지에서 체감한 중국의 시간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조숭타호>

2018년 중국의 영화산업 또한 극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중국은 5만776개의 스크린 수를 기록하며 북미를 넘어 세계 1위의 영화 스크린 보유국이 되더니 올해 상반기에만 4847개의 스크린을 새롭게 설치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제공한 ‘2018년 상반기 영화산업 결산-중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화를 제외한 중국영화의 박스오피스 매출은 189억65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80.1%나 증가했으며 무려 9억100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처럼 가파른 성장은 하반기까지 지속되진 못했다. 춘절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인 연휴인 국경절이 포함된 10월의 박스오피스 수입이 36억3457만위안에 그치며 성수기(7~8월 평균 69억위안) 시즌의 성적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 베이징 현지에서 만난 다수의 중국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중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평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점점 안목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물량 공세를 앞세운 블록버스터 이상의 결과물이 나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영화계에서는 최근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무장한 중국 신인감독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 의료계의 현실을 풍자한다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올여름 크게 흥행한 영화 <아불시약신> 또한 1985년생 신인감독 원무예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다. 북미 시장을 넘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와 작품의 다양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이해하에, 중국 영화산업 안에서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 베이징 CGV인디고에서 열린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는 중국 신진감독들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CJ문화재단과 중국인민대회우호협회, 주중한국문화원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 영화제는 양국의 영화산업 발전과 문화 교류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부터 한국과 중국의 역량 있는 신인 영화감독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영화제에서 입상한 중국 감독들에게는 한국의 영화산업 현장을 참관하고 한국의 영화 전문가와 신진 영화인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는 연수 프로그램의 기회가 주어져 한국 영화산업을 경험하고자 하는 중국 신인감독들의 관심이 크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5회를 맞은 올해 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다편수인 560편의 중국 단편영화가 출품됐고 그중에서 15편의 입선작이 관객을 만났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4회 영화제의 수상자이자 CJ문화재단의 단편 제작 지원을 받은 왕펑 감독이 개막작 <조숭타호>로 영화제를 찾고, 지난 영화제에 단편으로 참가했던 여섯 중국 감독이 장편 시나리오 피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가 배출한 감독들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영화제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초청작은 모두 9편으로, 이승주 감독의 <시체들의 아침>, 곽기봉 감독의 <친구> 등 제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작이 중국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제5회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길종철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전 CJ E&M 영화부문 대표)는 “선정된 작품은 중국의 영화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전역을 통틀어 A클래스에 들 만한 단편영화라고 하더라”라면서 “한국 영화학과 학생들의 단편영화에 비해 소재가 다양하고 대중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많았지만, 이야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적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만난 15편의 중국 단편영화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중국 사회와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는 중국영화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판타지, 호러, 코미디, 사회 드라마 등 중국 감독들이 선보인 다양한 장르의 단편영화는 재개발 광풍 속에서 훼손되어가는 시골의 풍경과 그 속에서 소외되어가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에 특히 주목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수의 작품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변화였다. 11월 23일 열린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5편의 중국 단편영화는 올해 영화제의 이러한 경향성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려하게 표현한 작품들이었다. 자신이 미워하는 모든 사람을, 한번 집어넣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미스터리한 옷장 속에 가두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공지웨이 감독의 단편 <그림자의 영결식>이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으며, 재개발로 인해 마을을 떠나야 할 위기에 처한 노사냥꾼과 손녀딸의 이야기를 다룬 <총을 든 소녀>의 리위씽 감독이 감독상을, 베이징 판자촌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랑과 호감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두 남녀를 조명한 <고요한 밤의 사색>의 두안윈총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일촉즉발 세 모녀의 일상에 이민이라는 테마를 더한 <언니>의 롼펑이 감독은 대외우호협회상을, 동네 불량배와 금수저 소년의 게임 대회 동행기를 그린 <어린아이의 세계>를 연출한 캉로우 감독은 CJ 꿈키움상을 수상했다. “한·중 양국의 젊은 감독들이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영화를 통해 자신의 꿈과 미래를 공유하는 환경을 마련해준 CJ문화재단에 감사하다. 이 영화제가 한·중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개막식 축사를 맡은 덩란 중국우호평화발전기금회 부비서장은 말했다.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 참석한 한국과 중국의 신인감독들은 서로의 영화를 보며 어떤 꿈을 꾸었을까.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영화제 3일간의 기록을 보다 자세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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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