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정리, 한달의 정리, 지난 시간의 정리…. 모두들 정리를 말하는 때이지만 새로운 영화는 매주 개봉하고, 읽을 만한 책도 매일 출간된다. 1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매일은 새롭게 갱신된다.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인 <바르도의 링컨>은 링컨 대통령이 죽은 셋째아들 윌리를 그리워하며 아들의 주검을 안아주기 위해 납골소를 찾았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아들의 주검을 안고 있는 아버지의 이미지에서 착안해 사후 세계 영혼들과의 대화를 써내려갔다. <씨네21>과는 영화평론으로 만나고 있는 SF작가 듀나의 <민트의 세계>는 초능력을 가진, 그러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이 세계는 초능력자라는 말 대신 이들을 복합능력자들이라 부른다. 주인공들은 익숙한 한국 이름을 쓰고 서울과 인천, 전주 등의 지역도 등장해 능력자들의 설정만 받아들이고 나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초능력을 가졌음에도 사회에서 차별받고 이용당하는 처지에 놓인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그 가능성의 탐구만으로도 의미 있는 소설이다.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는 5권의 고전소설들로 이뤄졌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이별 없는 세대>,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오에 겐자부로의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다. 회사 책상 위에 책을 올려만 놨는데도 “책이 예쁘다”라는 이야기를 동료에게 3번 정도는 들은 것 같다. 예쁜 표지가 단단한 글만큼이나 돋보이는 시리즈다. 넷플릭스의 <마인드헌터>를 재밌게 봤다면 분명 흥미롭게 읽힐 스릴러도 있다. 로버트 포비의 <블러드맨>은 연쇄살인마의 내면과 사건을 따라가는 소설인 만큼 눈 돌리고 싶은 잔인한 묘사도 많다. 그러나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매혹을 떨치기란 쉽지 않다. 뇌과학자 장동선과 신경과학자 줄리아 F. 크리스텐슨이 함께 쓴 <뇌는 춤추고 싶다>는 읽고 나면 춤바람이 나는 책이다. 스윙댄스를 추며 뇌의 즐거움을 고양시키는 뇌과학자들의 스텝에 맞춰 나 역시 ‘방송댄스 취미반’에 등록할 뻔했다. 물론 하진 않았다. 연말이고 바빠서였다. 정말이다.